집값 급등했는데 文정부는 “11% 올라”… 통계조작 의혹 뭐가 있나
원희룡 “통계 조작은 국정 농단, 감사 적극 협조”
文 정부 통계청장 교체 과정 외압 여부 드러날 듯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때 작성된 집값 통계에 의도적인 왜곡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감사를 하고 있다. 감사 대상은 부동산 관련 통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이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며 집값이 대폭 상승했지만, 통계에서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배경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가계동향 조사 방법을 변경해 소득분배 지표를 ‘마사지(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것)’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감사 중이다. 감사원은 최근 통계청 직원 PC를 대상으로 전자감식(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해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을 복원했다.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이 아닌 ‘통계조작성장’이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김현미 “집값 11% 상승” 발언… 표본 만지고, 숫자도 임의 입력
18일 정부 관계 부처에 따르면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통계청장을 지낸 황수경·강신욱 전 청장을 불러 소득주도성장 관련 통계 의혹에 대해 조사하고, 2020년 집값 통계와 관련해 국토부 직원들이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에 통계 조작을 지시한 정황을 확보하는 등 통계 조작 문제 규명에 착수한 상태다.
부동산 가격 동향 조사 과정에선 표본을 의도적으로 치우치게 추출하거나 조사원이 조사 숫자를 임의로 입력하는 방법을 통해 통계를 고의로 왜곡한 정황도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집값이 덜 오른 지역의 비중을 높이거나 숫자를 임의로 입력해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조사할 전망이다.
김현미 전 장관은 집값 폭등기였던 2020년 7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감정원(한국부동산원) 통계로 11% 정도 올랐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본회의장에선 “장난치지 말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실제 시장과 동떨어진 수치로 호도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KB국민은행 통계를 인용한 부동산 가격 현황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전체 주택 가격은 34% 올랐다. 아파트값 상승률은 52%에 달했다.
당시 경실련 측은 청와대와 국토부에 김현미 장관의 밝힌 통계에 대한 표본과 시세 등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통계법과 공공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자료제공이 불가하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경실련은 청와대에도 공개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경실련은 “문재인 정부는 (공시지가 등) 세금이나 과세 기준은 조작을 하고 (집값이 적게 올랐다는 등) 가짜 통계를 내놓으며 국민을 속이고 있다”면서 “중요한 문제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정치적 사건만 터뜨려서 국민들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은 전혀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며 “정권유지를 위하여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그것은 바로 ‘국정농단’”이라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이어 “정책결정의 근거가 되는 통계가 왜곡되면, 국가정책이 왜곡되고, 그 결과는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국토교통부는 감사원 감사에 적극 협조하여,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겠다”이라고 했다.
◇ 소득분배 지표 악화에 통계청장까지 바꾼 文
문재인 정부의 가계동향 조사 관련 논란도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이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한 자료에는 2018년 통계청 직원들과 청와대 관계자의 회의 내용이 들어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이 가계동향조사나 보도자료와 관련해 특정 내용을 담아달라거나 빼달라고 말한 내용이 있었고, 이 중 일부는 실제 자료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앞서 황수경 전 통계청장과 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직접 불러 2018년 가계동향조사 관련 논란과 황 전 청장 경질 전후 과정도 조사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계청장인 황 전 청장은 취임 13개월 만인 2018년 8월 ‘소득주도성장 이후 소득분배 지표가 더 나빠졌다’는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한 후 전격 해임됐다. 가계동향조사는 분기마다 발표되는데, 2018년 1분기에 이어서 2분기에도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빈부격차는 커진 것으로 나왔다. ‘소득주도성장’을 국정 슬로건으로 제시했던 문재인 정부로선 치부가 드러난 셈이었다.
황 전 청장의 경질은 통계 조작 논란으로 이어졌다. 황 전 청장이 이임식에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어줬다.
황 전 청장의 후임으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강신욱 선임연구원이 선임됐다. 강 청장이 취임한 후 통계청은 가계동향조사 통계조사 방식을 바꿨다. 조사 방식을 변경하자 소득 5분위 배율 등 소득분배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나며, 통계상 빈부격차가 다소 축소된 것으로 나왔다.
통계를 이용한 교묘한 발언은 문 대통령의 입에서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2018년 5월 31일 진행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최저임금 증가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 소득 양극화 심화로 분배지표가 악화됐음을 보여주는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나온지 1주일만의 발언으로, ‘아전인수’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발언 논란이 커지자 홍장표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통계청 원자료를 다시 분석해보니 개인 근로소득이 하위 10%만 작년 같은 시기 대비 1.8%포인트 하락했고 나머지 90%는 작년 대비 2.9%포인트에서 8.3%포인트 증가했다”며 “문 대통령의 90% 발언은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하겠다며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자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비용부담이 크게 늘어 어려움을 겪었는데, 문 대통령은 이와 같은 ‘비근로자’ 통계는 빼고 ‘근로자’ 통계만으로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2019년 10월에는 비정규직이 1년 새 87만명 급증했다는 자료가 나오자 강신욱 전 통계청장이 직접 나서 “ILO 기준대로 질문을 바꿨더니 그동안 정규직이던 수십만명이 비정규직이 됐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당시 정부도 통계 기준이 바뀌어 이전 통계와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방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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