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통계 조작했다면 국정농단"···新舊정권 갈등 확전

이승배 기자 2022. 12. 18.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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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경제통계 왜곡 의혹' 일파만파
감사원, 강신욱 이어 홍장표 前수석도 조사
與 "고의 왜곡 땐 국기문란" 강력 대응 주문
민주 "표적수사" 반발···대통령실은 말 아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제공=국토부
[서울경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일부 경제통계 왜곡 정황을 놓고 정치권에 일파만파 후폭풍이 일 조짐이다. 전임 정부 시절의 통계 왜곡 이슈에 대해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이라며 맹폭했고 대한민국의 대외 신뢰도, 감사원의 독립성 등을 고려해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고 있다. 감사원이 전임 통계청장들에 이어 이르면 이번 주 중 문재인 정부 시절의 청와대 고위 경제 참모를 조사할 것으로 전해져 의혹이 문재인 정부의 권력 핵심부로 향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여권에서는 당 지도부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주문하고 나서 해당 이슈가 정쟁으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당정은 18일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지난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철두철미한 진상 규명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고위 당정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당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라고 판단하고 정부에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공개적으로 엄정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정권 유지를 위하여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국정 농단’”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를 내세워 (정책) 실패를 성공이라고 국민을 속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토부는 감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2020년 7월 한국부동산원의 집값 왜곡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은 고의적 통계 왜곡에 대한 논평을 연달아 내며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직접 따져 물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정책들을 조작과 은폐를 통해 강행한 문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성실히 조사에 임하고 국민 앞에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청와대가 개입했다면 엄청난 국기 문란이 아닐 수 없다”며 “일개 수석이나 통계청장이 단독으로 감행할 수 없다. 확실한 뒷배가 있을 것임이 명약관화”라고 문 전 대통령을 우회 저격했다.

감사원은 지난 정부의 주요 통계 작성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조만간 홍장표 전 경제수석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을 직접 불러 조사한 데 이어 문재인 정권의 핵심 실세까지 정조준하는 셈이다. 감사원은 통계청 PC를 대상으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했으며 청와대 관계자들이 특정 내용을 빼달라고 전한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특히 황 전 청장이 갑작스럽게 경질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2018년 5월 가계동향 발표에서 ‘1분위(하위 20%) 소득이 역대 최대(8%)로 하락했다’는 통계가 나온 직후 ‘소득 주도 성장 무용론’이 확산됐고 같은 해 8월 황 전 청장은 임기 11개월을 남기고 돌연 경질됐다. 이후 홍 전 경제수석은 당시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에게 다시 검증을 맡겼고 소득 주도 성장의 효과를 뒷받침하는 결과를 낸 강 연구위원은 신임 통계청장으로 발탁됐다.

최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강제 북송 사건, 풍산개 문제를 두고 격돌했던 신구 정권 간의 전장이 확장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 지지율이 최근 4주 연속 오르면서 5개월 만에 반등의 기회를 잡자 여권은 해당 이슈를 끌고 가며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조작 지시자는 통계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직권남용의 혐의가 적용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으며 감사원이 결과를 수사기관에 이첩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내년 초께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며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앞서 감사원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요구하는 등 최근 정쟁의 중심에 섰다. 김의겸 민주당 대변인은 “감사원이 윤석열 정부 들어서 계속 ‘정치 보복’ ‘야당 탄압’ 앞잡이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말을 아끼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입장을 밝힐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계 의혹에 대한 감사가 헌법상 독립기관인 감사원의 자체 결정에 따른 것으로 대통령실의 개입이 없었다고 선을 그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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