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게임마다 '뿅'나타나는 마법사" 오르샤 K리그행 이끈 에이전트의 뒷얘기[카타르월드컵]

전영지 2022. 12. 1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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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김도준 HBR스포츠코리아 대표
"오르샤는 마법사같다."

전남 드래곤즈, 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K리거 오르샤, 아니 미슬라브 오르시치가 꿈의 월드컵 무대에서 조국 크로아티아의 3위를 이끈 후, 2015년 오르샤의 전남 드래곤즈, 2017년 울산 현대행을 이끌었던 김도준 HBR스포츠코리아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평소엔 조용히 있다가 축구장에서 중요한 순간, 뿅하고 나타나 마법을 부린 후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다시 평범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마법사같다."

오르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3~4위전에 왼쪽 윙어로 선발출전했다. 1-1로 맞선 전반 42분, 해결사는 K리거 출신 오르시치였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마르코 리바야의 패스를 받자마자 통렬한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골망을 뚫어냈다. '오르샤존'에서 터지는 환상적인 감아차기, K리그 팬들의 눈엔 아주 익숙한 장면이었다. 크로아티아는 오르시치의 이 천금같은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아프리카 돌풍' 모로코를 2대1로 꺾고 2018년 러시아대회 준우승에 이어 3위로, 2회 연속 포디움에 올랐다. 3위 상금으로 2700만달러(약 353억원)를 벌어들였다.

<저작권자(c) A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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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샤의 첫 월드컵 활약은 눈부셨다. 승부에 변화를 만드는, '게임체인저' 오르샤는 즐라트코 다리치 크로아티아 감독의 승부수였다. 오르샤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와 4강까지 벤치 멤버이자 '특급 조커'였다. 지난달 28일 캐나다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선 3-1로 앞선 후반 41분 교체투입돼 추가시간 팀의 네 번째 골을 도왔다. 또 브라질과의 8강전, 페트코비치의 동점골으 어시스트했고, 네 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골망을 흔들며 극적인 4강행 주역이 됐다. 첫 선발출전한 3~4위전, 다리치 감독은 이반 페리시치를 윙백으로 내리고, 오르샤를 왼쪽 윙어로 내세우는 변화를 택했고, 오르샤는 최고의 경기력으로 게임체인저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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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모 자그레브 윙어' 오르시치의 빅게임 활약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럽 강팀 상대 해트트릭만 두 번. 2019년 9월 18일 자신의 유럽챔피언스리그 데뷔 무대였던 아탈란타전에서 해트트릭을 신고했다. 지난해 유로파리그 16강 2차전에서 무리뉴의 토트넘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2대3 쓰라린 역전패를 안겼다. 32강 2차전(1대0승) 결승골에 이어 토트넘전 해트트릭으로 자그레브의 8강행을 이끌었다. 이어 지난 9월 7일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선 또다시 첼시를 울렸다. 포파나를 제쳐낸 폭풍질주끝에 간결한 오른발 칩샷으로 골망을 흔들며 디나모 자그레브의 1대0 승리를 이끌었다.

빅리그 빅클럽들의 러브콜도 잇달았다. 2020년부터 아스널, 웨스트브롬위치 영입 루머가 있었고, 실제로 지난 1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번리행은 성사 직전까지 갔었다. 번리 회장이 전용기를 타고 자그레브까지 날아왔을 만큼 영입에 진심이었다는 후문.

전남 드래곤즈 시절 오르샤와 스테보. 사진출처=프로축구연맹
울산 현대 시절 오르샤. 사진출처=프로축구연맹
오르샤는 지난해 스포츠조선 창간축하 메시지에도 'K리그 사랑합니다'라는 한줄을 빼놓지 않았다.

오르샤의 한국행을 이끈 김도준 대표는 "오르샤는 실력 못지 않게 훌륭한 인성을 지닌 친구"라면서 "그때나 지금이나 오르샤는 똑같다. 한결같이 겸손하고 성실한 선수다. 현재의 삶에 감사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라고 했다.

"카타르월드컵 4강전까지 벤치 멤버로 있을 때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벤치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월드컵을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정말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중국 슈퍼리그 창춘 야타이에서 울산 현대 이적, K리그로 돌아올 때의 뒷이야기도 소개했다. "당시 오르샤가 K리그 컴백을 강력하게 희망했다. 서울, 울산 등 여러 구단과 이야기가 오갔는데 이적료와 연봉을 맞춰주기엔 액수가 너무 컸다. 한국에 돌아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본인 연봉을 낮추는 것뿐이었는데 오르샤가 어떤 조건이라도 수용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울산행이 극적으로 성사됐다"고 돌아봤다. 당시 오르샤의 연봉은 30만 달러(약 3억9000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K리그1 선수 1인당 평균연봉은 2억4859만원, 외국인선수의 평균연봉은 6억2389만2000원이었다. 월드컵 시즌을 앞두고도 오르샤의 선택은 비슷했다. 수많은 러브콜이 밀려들었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안정된 삶과 동시에 출전을 통해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디나모 자그레브와 4년 재계약했다. 프로선수로서 당장 눈앞의 돈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축구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한 그의 선택이 오늘의 '월드컵 동화'를 만들었다.

디나모 자그레브와 오르시치의 계약은 2026년까지다. 이적시장 전문매체 트랜스퍼마르크트가 제시한 오르시치의 몸값은 1000만 유로(약 137억원) 안팎.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이보다 훨씬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서른 살에 축구의 최전성기를 맞은 '오르샤'의 다음 행보를 K리그 팬들도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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