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내 29조 만기···PF發 '급한 불' 여전

조지원 기자 2022. 12. 1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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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경색 조짐을 보이던 단기자금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잇따라 수요 미달이 발생하고 기업어음(CP) 금리도 1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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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7500억 RP매입에 616억 응찰
CP금리도 5.46%로 소폭 하락 등
자금시장 온기에도 차환발행은 난항
둔촌주공 흥행 부진에 리스크 커져
연준 긴축 겹쳐 내년까지 안심 못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화면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 기조에 관해 예측한 기사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로 경색 조짐을 보이던 단기자금시장에 조금씩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잇따라 수요 미달이 발생하고 기업어음(CP) 금리도 1년 8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면서 ‘당장 급한 불은 껐다’는 반응이 나온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계속된 긴축 행보로 국제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만큼 내년까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한은은 16일 채권시장안정펀드 출자 금융기관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7500억 원 규모의 RP 91일물 매입 경쟁입찰 결과 616억 원이 응찰해 전액 낙찰됐다고 18일 밝혔다. 2차 채안펀드 출자 규모가 1조 5000억 원인 만큼 절반인 7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금융기관의 자금 수요가 없었던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단기자금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면서 금융기관들이 한은 지원을 받지 않아도 가용 유동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RP 매입 예정액보다 응찰액이 적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달 12일 단기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RP 28일물 입찰에도 3조 원을 준비했으나 2조 1200억 원만 몰렸다. 연말 자금 사정 악화를 우려해 만기를 7일물에서 28일물로 늘리고 매입 규모도 확대했으나 시장 반응은 미지근했다. 마침 레고랜드 사태 이후 급등했던 CP 금리도 소폭이나마 떨어지기 시작했다. 16일 A1급 CP 91일물 금리는 5.46%로 9일(5.54%) 대비 8bp(1bp=0.01%포인트) 하락했다.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가 축소 전환한 가운데 공사채와 특수은행채 발행금리도 하락하는 등 시장 상황이 원활해지고 있는 셈이다.

단기자금시장이 유동성 경색 국면에서 벗어난 것은 당국이 잇따라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미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기대감으로 환율이 급락하는 등 시장 불안 심리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종금리 수준을 명확히 드러내면서 시장 변동성이 줄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문제는 CP 금리 상승세가 멈췄어도 차환 발행이 여전히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기관 자금 조달 창구인 RP 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세를 보이지만 기업 자금 조달 창구인 CP 시장은 정부의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도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여전히 위축된 상태다. 무엇보다 부동산 PF에 대한 시장 불안이 팽배하다. 특히 향후 부동산 경기의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의 분양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PF발 리스크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PF-ABCP 만기가 3개월인데 내년 2월까지 만기 도래하는 물량이 29조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최근 저조한 분양 성적에 대한 우려로 상환 차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크레디트 시장 전반의 위기로까지 전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민 한은 채권시장팀 차장도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불확실성, 부동산 PF 부실화 가능성 등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에 따른 시장 상황을 유의하면서 적절한 시장안정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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