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음식물쓰레기로 썩는 플라스틱 만드는 날 온다
2020년 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팬데믹을 일으키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서로 긴밀한 연대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했다. 이제는 동남아시아 오지에서 발견된 희소 바이러스와 아프리카 어린이 아사 현상이 더 이상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오염은 물론 기후변화·천재지변·식수·식량 문제도 그렇다. 하나같이 우리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 아래 적극 대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회사 인근 식당에서 먹는 베트남산 해산물은 과연 폐플라스틱으로부터 안전할까. 중국산 김치는 환경오염 물질로부터 자유로울까. 음식물쓰레기는 안전하게 처리되고 있을까. 이처럼 우리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는 꽤 많다. 특히 우리 삶과 깊이 연관돼 있고 우리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폐플라스틱과 음식물쓰레기는 하루빨리 해결돼야 한다. 탄소중립과 순환경제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이 문제를 논해 볼까 한다.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2010년 1억5600만톤에서 2019년 3억5300만톤으로 9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에 폐플라스틱 재활용률은 9%대에 불과하다. 대부분 매립(약 50%)되거나 무단투기(22%)되고 있다. 이러한 폐플라스틱으로 말미암아 환경이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돼 우리 건강도 위협한다. 또 화석연료 기반의 플라스틱 산업이 유발한 온실가스는 2019년 약 17억톤으로 연간 대한민국 온실가스 발생량의 2배가 넘는다.
특히 폐플라스틱으로 말미암은 해양오염 문제는 심각하다. 폐플라스틱은 해양폐기물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돼 해양생물을 죽이는 등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수산물은 인류 건강까지 위협한다. G7은 3R(Reduce, Reuse, Recycle) 촉진안, 해양 플라스틱 헌장, 2030 자연협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재생원료 플라스틱 제품 50% 이상 사용하기, 플라스틱 포장재 재활용·재사용률을 5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학자들은 석유계 플라스틱으로 말미암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있다. PLA, PBAT, PBS 등 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시판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과연 환경오염을 유발하지 않을까. 석유계 플라스틱보다는 생분해성이 좋지만 해양에서의 생분해성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게다가 생산할 수 있는 플라스틱 제품이 매우 제한적이고 가격이 비싸 널리 활용하기 어렵다. 이밖에 미생물이 합성하는 PHA라는 플라스틱 수지가 있는데 해양환경에서 완전히 분해될 수 있고 생태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별로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장점에도 PHA는 아직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고가이기 때문이다. PLA는 kg당 약 2000원인 데 비해 PHA는 낮게는 5000원, 높게는 1만원 이상 호가한다. 감자나 식물성 기름을 원료로 사용하다 보니 비쌀 수밖에 없다.
음식물쓰레기는 어떨까. 어디서나 거의 공짜로 구할 수 있는 원료 아닌가. 음식물쓰레기를 원료로 해서 PHA를 생산한다면 땅에서도 분해되고 바다에서도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폐플라스틱으로 말미암은 환경오염을 막고 인류 건강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탄소중립성도 확보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할까? 상용화를 위해서는 좀 더 연구해야 하지만 가능하다. 특정 미생물은 유기물을 이용해 PHA를 합성할 수 있다. 다양한 전처리를 통해 음식물쓰레기를 PHA 생산 미생물이 직접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PHA 합성 이후 PHA를 팰릿화하거나 타 수지와 블렌딩하는 등 후처리 공정도 필요하다.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해 썩는 플라스틱 수지 PHA를 생산할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다. 음식물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폐플라스틱으로 말미암은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음식물쓰레기로 썩는 플라스틱을 저가 양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정부와 관련 업계도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PHA 생산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형술 한국에너지공대 교수 hs.chris.lee@ken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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