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뛴다'···영끌족 무려 226만명, 394조 빚 폭탄 '경고'

김지영 기자 2022. 12. 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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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2022년 주담대 분석
'막차' 탄 신규차주 153만명 달해
대출금 230조, 증액보다 40%↑
금리 상승시 이자상환 부담 가중
긴축 기조 속 부실고리 작용 우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연합뉴스
[서울경제]

#. 2020년 대출 5억 원을 받아 용산구의 한 아파트를 산 30대 A 씨는 최근 용산 아파트는 반전세를 놓고 자신은 서초구 아파트에 월세로 들어갔다. 용산 아파트는 보증금 7억 원에 30만 원에 반전세를 줬으며 서초구 아파트는 보증금 2억 원에 매달 185만 원을 내기로 했다. 보증금 차액 5억 원은 모두 대출 상환에 이용했다.

A 씨가 자가 거주를 버리고 월세 생활을 택한 것은 이자 부담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A 씨가 이사 전까지 냈던 대출 원리금은 230만 원 정도로 월 실수령액의 60%를 차지할 정도였지만 월세로 이사가면서 매달 나가는 금액은 155만 원으로 75만 원이나 줄었다. A 씨는 “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생활 자체가 어려울 것 같아 어렵지만 미리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집값 상승 시기에 주택담보대출을 신규로 받거나 증액한 차주가 226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금액으로는 약 394조 원에 달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상대적 자산 빈곤을 피하려다가 자칫 더 큰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주택 가격이 상승한 시기 주담대 시장에 새로 진입하거나 대출금액을 증액한 차주는 총 226만 2000명, 대출금액은 393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주담대를 신규로 받은 차주는 153만 2000명으로 기존 주담대에서 대출금액을 늘린 차주(73만 명)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대출금액 역시 신규 차주가 230조 7000억 원, 기존 차주가 162조 9000억 원으로 신규 차주의 주담대 대출액이 더 많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지금이 아니면 집을 영영 사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 심리에 신규로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산 ‘패닉바잉(공황구매)’이 많았던 셈이다.

문제는 내년 금리 인상 지속, 경기 침체 우려에 따라 국내외 고강도 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차주들이 부실 고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NICE평가정보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 시기 주담대 증액 금액이 2억 원 이상인 신규 혹은 증액한 대출금액은 161조 7000억 원으로 41.1%를 차지했다. 이 중 취약 차주(신용평점 700점 미만·소득 하위 30%·3곳 이상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주담대 금액은 1조 5000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증액 금액 기준을 1억 원 이상으로 낮추면 이 기간 주담대를 신규 혹은 증액한 경우의 비중은 72.5%로 뛴다. 취약차주의 주담대 금액 역시 3조 2000억 원에 달했다.

NICE평가정보는 집값이 내려가고 대출금리는 빠르게 올라가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는 차주가 급증할 뿐 아니라 취약차주부터 순자산 여력이 약화돼 연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주담대 보유 차주 중 30일 이상 연체한 차주의 비율인 잠재부실률이 10월 말 0.52%로 상승 전환되고 있다. NICE평가정보 관계자는 “주담대금리 급등은 원리금 중 이자 상환 비중이 큰 변동금리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부실 위험을 증가시킬 것”이라며 “금리 상승에도 변동금리에 대한 선호가 지속되고 정책 모기지 공급도 감소해 금리 변동에 취약한 차주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주담대뿐만 아니다. 전세자금대출 역시 경기 둔화 및 금리 상승의 여파로 차주의 현금 흐름이 악화되면서 신용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세대출은 10월 말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하는 등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 높은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에 대비한 각종 정책 지원이 종료되면서 적자 가구가 내년 확대되고 경기 침체로 내년 실업률이 올해보다 높아지게 될 경우 전세대출도 안심할 수 없다.

아울러 다른 대출 상품에 비해 잠재부실률이 높은 장기 카드 대출 또한 내년 부실에 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기 카드 대출은 저소득층·저신용자가 주요 고객이고 다른 상품에 비해 다중채무자의 비율이 높아 부실 시 다른 대출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서도 이 같은 전망에 공감하면서 내년 대출 부실 가능성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일 년 전 변동형 주담대를 받은 차주의 경우 내년 초에는 매월 상환액이 200만 원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며 “높은 금리가 내년에도 상당 기간 이어질텐데 차주들이 이 부담을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은행 고위 관계자 역시 “은행에서도 집값이 제일 고점이던 시기에 ‘막차’ 탄 영끌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내년 부동산 시장이 상당 기간 침체할 것으로 보고 주담대를 적극 취급하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춰 운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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