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3700번 진통주사···2550명 진료에 건보료 251억 '펑펑'
<상> 도 넘은 건보 남용·무임 승차
침구과·한방내과 습관처럼 찾아
외래이용 150회 이상도 19만명
연간 2조 가까이 건보 재정 투입
정부, 본인부담률 90%로 상향 추진
민간 실손 가입자엔 큰 부담 안돼
업계 "보험료 차등책정 등 필요" 상>
40대 여성 A 씨는 지난해 통증 치료를 위해 무려 2050회나 의료기관을 방문해 외래 진료를 받았다. 주말과 공휴일을 포함해 하루 평균 5.6곳의 병·의원을 찾은 것이다. 많게는 10곳의 의료기관을 하루에 방문하기도 했다.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 주사를 반복해서 맞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A 씨의 진료로 부담한 급여비는 2690만 원에 달한다.
40대 남성 B 씨는 지난해 만성 치주염으로 하루에 많게는 8곳의 치과를 방문하기도 했다. 영상 진단과 통증 진찰을 받고 치주낭 측정 검사를 했다. 연간으로 따져보면 서울·인천·경기 지역 치과 166곳을 모두 200회 찾았다. 파노라마 영상을 찍고 치석 제거 등의 치료를 반복적으로 받았다. 건강보험 재정 437만 원이 투입됐다.
일부 건보 가입자의 의료 서비스 과다 이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해에만 통증 완화를 목적으로 3700번 넘게 주사를 맞은 이, 서울·대전·대구·광주 등 전국을 돌며 571회의 진료를 받은 이 등 비정상적으로 서비스를 과잉 이용한 가입자가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문제는 이런 과다 이용이 건보 재정을 갉아먹는다는 점이다. 18일 보건복지부의 2021년 외래 진료 횟수 상위 10명 현황을 보면 이들은 각각 적게는 1391만 1500원에서 많게는 2967만 2850원의 재정적자를 유발했다. 범위를 넓혀 외래 이용 횟수가 500회를 넘는 환자는 532명, 365회를 넘는 사람은 2550명이다. 2550명의 진료를 위해 건보 재정이 투입된 급여비는 251억 4500만 원이다. 1인당 연간 급여비는 평균 986만 1000원 수준이다. 외래 이용 횟수가 150회 이상인 환자를 집계해보면 18만 9224명이다. 이들의 진료에는 총 1조 9604억 원의 건보 재정이 투입됐다.
모럴해저드 천태만상은 방문 의료기관 수 상위 10명 현황을 살펴봐도 잘 드러난다. 이들은 지난해 적게는 94곳에서 많게는 166곳의 의료기관을 찾았다. 이들은 각각 건보 재정에 222만 2610원에서 2967만 2850원의 적자를 안겼다.
연간 500회 이상 외래를 이용한 사람의 진료 과목 현황에 따르면 많이 찾은 곳은 침구과·한방내과 등이었다. 1인당 평균 내원 일수는 침구과 125.7일, 한방내과 115.5일, 내과 93.7일, 마취통증의학과 59.2일, 신경외과 55.4일 순이었다.
이런 과잉 이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과다 의료 이용자 및 여러 요양기관 이용자를 대상으로 의료 이용 현황 안내문을 발송하고 있다. 또 상담을 통해 자제를 당부 중이다. 정부가 정한 과다 이용자는 만 40~64세의 경우 70일 이상, 만 65~79세는 150일 이상 내원한 환자다. 여러 요양기관 이용자 기준은 동일한 상병으로 5일 이내 동급의 다른 요양 기관을 4회 이상 방문한 자다.
바꿔 말하면 의료 쇼핑을 실효성 있게 막을 수단이 현재로서는 없다는 얘기다. 한 관계자는 “과잉 이용을 하지 말라고 안내한다고 해서 과다 이용을 안 할 사람 같으면 애초에 의료 쇼핑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강제 제한 조치를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03~2005년 연간 방문 횟수를 365회로 제한했지만 환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횟수 제한 조치는 해제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달 초 본인 부담률 상향 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정 수준 이상 과도하게 서비스를 이용한 사람의 경우 현행 20~60%인 본인 부담률을 최대 9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진료를 과도하게 많이 이용해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본인 부담률 상향만으로 과다 이용을 방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전언이다. 본인 부담률을 높인다 하더라도 민간 실손의료보험 가입자의 경우 본인 부담금의 상당 부분을 보험사가 지급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지 않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인 부담률 상향이든 본인 부담 상한액 조정이든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부담을 줄 수 있어야 정책이 효과를 거둘 것”이라며 “이용 빈도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책정하는 식의 고강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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