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제멋대로 내규' 제동 4일전 취소하면 위약금 없다
악용되던 '자체 기준' 막아
이용·환불기준 명확하게
클럽하우스 식당 이용 등
구매 강제하던 조항 금지
#수도권 골프장을 예약한 A씨는 친구들에게 "토요일에 라운드를 갈 수 있느냐"며 다급하게 전화를 돌렸다. 한 친구가 발목을 다쳐 골프를 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은 3명이 쳐도 4명 몫의 그린피를 내야 하고 만약 라운드를 취소하면 4인 그린피 전액을 물어야 한다. A씨는 "주말 그린피가 30만원이나 한다"며 "간신히 동반자를 구해 라운드를 했지만 골프장의 일방적인 정책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방 한 골프장을 방문한 B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방 속에 500㎖ 커피를 넣어 왔다가 봉변을 당했다. B씨는 "상할 일이 없는 커피 한 병을 가져왔다. 그런데 압수를 거부하면 퇴장당할 수 있다는 말에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가방을 쏟아내며 검사하는데, 너무 수치스러웠다"고 털어놨다. B씨는 결국 골프장에서 판매하는 1만2000원짜리 커피를 사서 마셔야 했다.
앞으로 골프장에서 클럽하우스 식당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예약을 받거나 휴게공간인 '그늘집' 등에서 음식물 등의 구매를 강제하는 '갑질'이 줄어들 전망이다. 골프장 예약 취소에 따른 위약금도 시점에 따라 차등 부과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골프장 이용 표준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표준약관은 공정위가 분야별로 보급하는 일종의 모범 약관이다. 사업자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대중형 골프장'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표준약관을 사용해야 한다. 대중형 골프장 지정 시 사업자는 개별소비세 면제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개정 표준약관은 '물품·음식물 등 구매 강제 제한 조항'을 신설해 사업자가 골프장 이용자에게 클럽하우스 식당 등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예약을 받거나 물품·음식물 등의 구매를 강요하는 행위를 예방했다.
골프장 예약 취소 시 사용자가 물어야 하는 위약금 기준도 명확해진다. 기존에는 개별 골프장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을 적용해 과다한 위약금이 부과되는 문제가 있었다. 개정 표준약관은 이용 예정일이 주말·공휴일인 경우 나흘 전까지는 예약을 취소해도 전액 환불받아 위약금을 내지 않도록 명기했다. 2~3일 전에 취소할 경우 팀별 골프코스 이용요금의 10%, 하루 전에는 20%, 당일에는 30%를 위약금으로 낸다. 팀별 골프코스 이용요금은 카트요금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기본 골프코스 이용료에 인원수를 곱한 금액이다. 이용 예정일이 평일이라면 사흘 전까지 취소할 경우 위약금이 없다. 이틀 전에 취소하면 이용요금의 10%, 하루 전에는 20%, 당일에는 30%를 위약금으로 내도록 했다. 사업자가 골프장의 사정으로 이용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 예약 취소 날짜에 따라 10~30%의 위약금을 배상하게 하는 등 사업자에게도 동등한 위약 기준을 적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사업자는 이용요금의 100%를 위약금으로 물리거나 입장료를 자의적으로 정했다"며 "표준약관을 사용하는 사업자가 늘면 위약금을 과다하게 청구하는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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