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오나 했더니 … 서울 마을버스, 달릴수록 손해
서울시 마을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한 승객 감소와 운송원가 상승에 따른 재정난에 대폭 축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버스는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되는데, 서울시 재정 지원이 많지 않고 요금체계도 수년째 동결된 상황이다. '시민의 발'로 불리는 마을버스 운영이 줄어들면서 시민들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마을버스 승객 수는 2억9683만명으로 집계돼 2019년(4억2701만명)보다 약 30% 줄어들었다. 서울시 마을버스는 코로나19로 2020년 승객 수가 3억1162만명으로 감소했고,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2021년엔 3억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수입금 역시 지난해 1674억원으로 집계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397억원보다 약 30%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이 작년보다 진정됐음에도 불구하고 11월까지 승객 수가 2억7875만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하다.
승객이 감소하자 마을버스 업체들은 운행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존에 나서고 있다. 승객 수가 급감하고 물가와 유류비가 상승하면서 마을버스를 운영해도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마을버스 업체들은 경영 악화와 폐선을 막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 전체 마을버스 노선 249개 중 175개(70%)에 대해 평균 17%, 최대 30%까지 운행 횟수를 줄였다. 최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지하철이나 시내버스와 달리 마을버스 업체들은 지금도 감축 운행을 시행하고 있다.
마을버스 기사 이 모씨는 "마을버스 7대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승객 급감으로 6대만 돌리고 있다"며 "그마저도 승객이 한산한 주말에는 2대가 쉬면서 7대 중 5대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을버스는 재정 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영업"이라며 "업체 측에서 적자를 계속 보고 있으니까 손익 차원에서 운행 대수를 줄인다"고 덧붙였다. 한 업계 관계자도 "마을버스 차고지에 가면 많게는 전체 차량의 절반가량이 정차돼 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운행 감소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시민들이다. 전체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서 배차 간격이 늘어나 추운 날씨에 마을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민이 늘고 있다. 운행이 줄어든 만큼 버스 한 대당 승객 밀집도가 높아져 안전사고 위험이 덩달아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을버스를 관리하는 각 구청과 서울시마을버스조합 게시판에는 '마을버스를 증차해 달라, 배차 간격을 조정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민원에 대해 "마을버스는 대중교통 환승체계 내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어 근무 조건과 재정 지원 부분이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는 다른 특성을 지닌다"며 "조례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재정 지원을 하도록 돼 있어 운영 적자분에 대해 전액 보전 또는 원하는 수준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해명처럼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 달리 재정 지원이 열악하다. 마을버스 재정 지원 기준액은 올해 한 대당 월 기준 약 45만원으로, 수입이 이 기준 이하인 버스에 대해서는 21만원 한도 내에서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버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요금은 현재 성인 기준 현금 1000원으로, 2015년 인상된 이후 8년째 동결된 상태다. 청소년과 어린이 요금은 2007년에 각각 550원, 300원으로 결정된 이후 그대로다.
마을버스 기사 이씨는 "대부분의 손님이 지하철, 시내버스를 타는 환승 손님이라 정산된 요금이 매우 적은 편"이라며 "연료비가 2~3년 전에 비해 거의 배가 올랐고 각종 부품 구매 비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내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고된 업무 환경으로 마을버스 기사 지원자가 줄어드는 '구인난' 상황도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구인 사이트에는 마을버스 업체마다 기사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마을버스 업계 관계자는 "임금이나 복리후생이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일반 회사에서 정년을 마친 사람이 일하거나 젊은 사람이 처음에 경력을 쌓으려고 온다"며 "추가 근무가 줄어들면서 추가 수당 역시 감소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되자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헌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그 많던 임의가입자 어디로…‘국민연금’ 어쩌다 이지경까지 - 매일경제
- 송혜교 옆 ‘이 남자’, 머스크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 매일경제
- 우승하면 ‘옷벗겠다’ 공약 논란…크로아티아 미녀 직접 입 열었다 - 매일경제
- ‘무적’ 신세 호날두, 월드컵 끝나고 어디 있나 했더니… - 매일경제
- 소속팀 복귀 이강인, 동료들에게 맞고 차이고…격한 ‘환영식’ - 매일경제
- 증시한파 뚫고 목표주가 ‘高高’...오르는 이유 따로 있네 - 매일경제
- “지방 사는 나도 서울 줍줍”...내년부터 ‘확’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 매일경제
- 일주일에 3억씩 받는 손흥민의 ‘공항패션’은...코트가격 보니 - 매일경제
- “캐디와 입 맞추지 않았다” 홀인원 하고도 보험사기 [어쩌다 세상이] - 매일경제
- 안우진, 태극마크 무산 유력...추가 발탁 논의 없었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