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소비 비상인데 최후보루 수출까지… 韓경제 '트리플 침체'
최근 5년 韓수출 年 2.4% 늘때
중국 8.1% 대만 7.1%씩 '껑충'
내년 韓설비투자 3% 넘게 줄고
민간소비도 올해 '반토막' 예상
한경연 "한국 경제 위기시계
현재 밤 11시 20분, 자정 임박"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투자, 소비 등 3대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18일 매일경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교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전 세계 상품수출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9년 3% 밑으로 떨어진 이후 3년째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각각 세계 시장점유율을 15%, 2% 이상으로 확대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7~2021년) 중국과 대만의 수출액은 각각 연평균 8.1%, 7.1% 늘어 2.4% 증가에 그친 한국을 압도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성장세를 견제했으나 거꾸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수출 물량이 더 늘었다"고 진단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자기기 부문 등에서 중국, 대만과 한국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 최근 트렌드"라고 지적했다. 특히 두드러진 것은 대만의 약진이다. 대만은 2016년 이후 차이잉원 1·2기 정부가 반도체, 정보·디지털 등 6대 핵심 산업을 선정한 후 첨단공업단지 입주 기업에 소득세를 면제하는 등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걸었다.
대만은 반도체·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수출 부문에서 이미 한국을 따라잡았다. 한국의 전자기기 수출은 2017년까지만 해도 대만보다 많았지만 2020년 대만이 1746억달러로 한국(1596억달러)을 추월한 뒤 좀처럼 대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4%였던 상품수출 증가율은 내년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둔화 영향으로 0.7%까지 뚝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집중적인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수출을 되살려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성 교수는 "반도체 설계 기술을 갖춘 기업들이 높은 법인세 부담 탓에 한국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대기업의 법인세를 낮춰 높은 기술 수준을 갖춘 기업이 국내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한국 경제의 엔진이던 수출이 흔들리는 가운데 소비, 투자에도 동시다발적인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내년 설비투자가 3.1% 감소해 올해(-2.0%)에 비해서도 감소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올해 경기를 떠받쳤던 민간소비(4.7%) 역시 내년에는 2.7% 늘어나는 데 그쳐 반 토막이 날 전망이다.
자금 유출 현상도 심하다. 매일경제가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역대 정권별 투자금 흐름을 분석해보니 문재인 정부 5년간(2017~2021년) 국내에서 역대 최대인 연평균 442억3200만달러가 순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내국인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뺀 값이다. 값이 클수록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금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 투자금이 많았다는 뜻이다.
연평균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노태우(2200만달러)·김영삼(15억2400만달러)·김대중(-23억2300만달러·순유입)·노무현(26억9800만달러) 정부 때만 하더라도 커다란 진폭을 보이지 않았으나 이명박(184억6200만달러)·박근혜(203억400만달러) 정부부터 늘기 시작해 문재인 정부에서 전임 정부 대비 2배 이상 급격히 불어났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투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2분기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380억76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경제위기에 앞서 움직인 6개 지표를 추출해 향후 1년 이내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한 결과 1997년 외환위기급 위기가 올 확률이 94%로 분석됐다. 매경과 한경연은 △코스피 △무역수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종합경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생산자물가 △수출액 등 위기에 앞서 움직인 지표를 바탕으로 향후 다가올 위기 확률을 추정했다. 이를 1997년 12월 외환위기 시점을 자정으로 맞춘 시계 모델로 전환해보니 현재 위기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밤 11시 20분으로 자정에 임박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정환 기자 / 박동환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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