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매살' 황세온 "배우들 기 싸움? 현장에선 놀았어요"
모델로 데뷔해 2015년부터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황세온.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이하 '연매살')을 통해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전작인 쿠팡플레이 시리즈 '어느 날'에 이어 '연매살'까지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연매살'은 일은 프로, 인생은 아마추어인 연예인 매니저들의 하드코어 직장 사수기다. 황세온이 연기한 강희선은 극 중 배우가 되고 싶어 노력하지만 오디션에 참가하는 것조차 힘든 배우 지망생. 자신을 신인 배우로 발굴해 준 매니저인 서현우(김중돈 팀장)를 남몰래 좋아하며 꿈도 사랑도 짝사랑 중인 캐릭터다.
-'연매살'에 어떻게 합류했나.
"희선이란 역할을 받았을 때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란 원작을 처음 알았다. 넷플릭스에서 한 번에 몰아서 다 봤다. 정말 재미있더라. 이 캐릭터가 어떻게 성장하고 누구랑 러브라인이 있고 시행착오를 겪는지 알고 있어서 더 욕심났다. 오디션장에서도 더 어필했다. 다 숙지하고 공부하고, 계획적으로 접근했다.(웃음)"
-베테랑 배우들만 모여 기 싸움이 있었을 법한데.
"기를 즐긴다고 해야 하나. 그걸 겪을 상황이 많지 않지 않나. 원작이 있어서 다 아니까, 이 배우가 어떤 식으로 읽을지 상상했는데 현실에서 이뤄진 거다. '이게 그림으로 살아나는구나'란 느낌이 좋았다. 배우들끼리 리딩을 정말 많이 했다. 리딩만 10번 안쪽으로 했다. 그래서 오히려 현장에서는 놀았다."
-전작 '어느 날'의 홍국화와 '연매살' 희선이 같은 배우가 연기한 것이라곤 상상하기 힘들다.
"나를 좀 아는 사람들은 이번 작품을 보고 '표정이나 이런 것들이 너던데'란 반응이 많다. '어느 날'에 나온 모습이 오히려 더 낯설다고 하더라. 주변 반응은 오히려 '희선이에게 내가 많이 담겼다'였다. 나 또한 희선에게 나를 더 담았다. 국화는 나에게도 너무 낯선 친구였다."
-캐릭터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한다는 것인가.
"(어떤 역할에) 선택이 되면 그때부터 준비한다. 최대한 많이 파고들려고 한다. 내 안에서 찾다가, 나에게 없는 모습이 있다면 다른 배우들을 많이 본다. 이번 캐릭터 같은 경우에도, 한국에는 없는 류의캐릭터다 보니 표정 같은 것들을 외국 작품에서 많이 가지고 왔다."
"어떤 배우를 보았다기보다는, 희선의 리액션을 외국 문화에서 가지고 왔다. 희선은 적나라하게 보여야 하는 캐릭터다. 온몸으로 표현해야 했기에, 외국인 특유의 제스처를 많이 가지고 왔다. 본래 그렇게 리액션이 큰 편이 아닌데, 텐션을 끌어올렸다. 프랑스 원작이다 보니 원작 배우의 모습도 많이 참고했다. 최대한 한국식으로 바꿔, 시청자가 봤을 때 '진짜 저런 친구가 존재할 수 있겠다'고 느껴지게끔 연구했다."
-리액션이 크니 붕 떠보일 수 있는 캐릭터인데.
"우려가 많이 됐다. '어느 날'의 국화는 리액션이 크게 없다. 김수현 선배에게 싱긋 웃는 정도다. 근데 희선은 온몸으로 이야기하는 친구다. 눈썹이나 표정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느낌이다. 머리카락도 하나하나 움직이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스타일도 독특했다.
"스타일링을 다양하게 하는 걸 좋아한다. 스타일링만큼 캐릭터가 다르게 보이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를 잡아가는 단계에 있어서 스타일링에 집중하는 편이다. 저런 성격의 소유자는 어떤 옷을 입을까, 어떻게 메이크업을 할까 연구했다. 희선은 자유분방한 파리 언니다. 레드립을 즐겨 바를 것 같고, 헤어가 기름져도 상관없을 것 같다. 정갈한 느낌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이 헤어스타일에서 나왔으면 했다."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다.
"희선이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큰일이 있을 때, 기쁨을 표현하는 게 제일 어렵긴 했다. 기쁨을 큰 액션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희선이의 기쁜 마음이 전달됐으면 했다. 희로애락 중 희가 가장 어려웠다. 몰입이 어렵지는 않았다. (희선과) 같은 신인배우 입장이니 그때의 그 기쁨을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그렇게 어렵지가 않았다."
"나의 경우엔 연기의 시작이 맨땅에 헤딩은 아니었다. 그런 차이는 있을 거다. 근데 나 또한 지금도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현장에서 혼자다. 환경적인 요인이 다른 것이지, 이 친구가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마음은 공감이 됐다. 나도 그런 마음이 있다. 신인 배우로서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 박호산 선배님과 붙는 장면에서는 거의 연기가 아니었다. 이 신을 따야 하는 그런 마음이었다. 그건 진짜 연기가 아니었다. 내 연기를 처음으로 보여드리는 자리이니, 완전 그냥 진심이었다."
-연기를 향한 진심이 생기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올인하게 된 시점은 소속사를 옮기는 때였다. 그건 나에겐 엄청난 결정이었다. 그 전에는 모델이 메인이고 연기는 거기에 따라왔던 거다. 지금은 아예 모델 일을 하지 않고, 내 직업이 배우다. 회사를 옮기는 결정을 했던 시기에 '더 킹'에서 유일한 근위대 여성으로 나왔는데, 몸이 힘든 걸 경험했다. 역할이 되게 작았는데, 욕심이 점점 많이 나는 거다. 작품을 잘 끝내고 소속사를 옮기고 어느 날을 만났다."
-서현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서현우 선배님은 진짜 선한 사람이다. '중돈 팀장 연기하는 게 쉬웠죠?'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캐릭터 그 자체다. 드라마 끝나고 나서 '헤어질 결심'을 늦게 봤는데, '어떻게 저런 사람이 이런 연기를?'이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스위트하다. 항상 주변 사람을 먼저 챙기고, 현장에 빨리 오셔서 스태프를 다 챙긴다."
-서현우와의 멜로가 욕심나진 않았나.
"너무 섭섭하다.(웃음) 내가 고백하는 신만 나오고, 이어지는 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우리끼리 감독님에게 섭섭하다고 했다. 진짜 꼭 다른 작품에서 현우 선배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뤄지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 짝사랑이 외롭더라."
-많은 배우가 출연했는데, 누가 제일 기억에 남나.
"정혜영 선배님. 세트에서 막바지 촬영 때 처음 뵀다. 진짜 너무 아름다우신 거다. 유난히 더 아름다우셨다. 기억에 남는다."
"'이 사람이 이 사람인지 몰랐어'라는 평을 듣고 싶다. 그런 배우가 되길 꿈꾼다. 메릴 스트립과 틸다 스윈턴을 좋아하는데, 전작이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캐릭터를 잘 소화하잖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라진다. 매 작품마다 키만 똑같지 아예 다른 사람이 나온다. 이런 배우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인물이 되고 싶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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