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오마카세' 진정한 데이터 강국으로 가는 길
코로나 시국에도 식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오마카세의 인기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오마카세는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로, 음식점의 메뉴판에서 따로 요리를 주문하지 않고 셰프에게 그날의 식재료, 조리 방법, 메뉴 등을 일임하는 음식점을 뜻한다. 초밥과 같이 재료의 상태가 중요하거나 제철 재료가 따로 있는 일본 요리에서 이러한 오마카세가 탄생하였으나, 최근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한국식으로 개성 있게 해석하여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 한우 오마카세나 돼지 오마카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고급 오마카세로 유명한 맛집에서는 셰프가 직접 최상급의 식재료를 재배하거나 선별하여 수집하고, 그날그날의 신선한 식재료를 개성 있게 조리하고 해석하여 고객의 입맛에 맞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낸다. 일부 오마카세에서는 요리를 담는 그릇까지 직접 제작하여 요리의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까지 만족시키는 곳도 있다. 한마디로 오마카세에서 셰프는 '축구의 신'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처럼 올라운드 플레이어(all-round player)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렇게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오마카세에서 초밥이나 한우가 아닌 '데이터'로 오마카세 메뉴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데이터 오마카세의 셰프는 △최상급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 및 저장하고 △개성 있고 특별한 메뉴를 통해 데이터의 분석 목적을 정하고 △주어진 데이터를 목적에 맞게 제대로 분석하고 해석하는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데이터 오마카세에서는 이를 모두 갖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데이터 오마카세에서는 각각의 역할을 분리해 수행할 수 있는 셰프들이 헤드 셰프의 지휘 아래 상호 협력하여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디지털플랫폼정부라는 헤드 셰프의 지휘 아래 △공공데이터의 개방 및 통합,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통해 빅데이터의 구축을 담당하는 셰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요한 정책들을 선정하는 셰프 △주어진 빅데이터를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석하고 해석하는 셰프가 상호 협력하여 국가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정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기업에서는 최고 데이터 책임자(Chief Data Officer·CDO)의 지휘 아래 △해당 기업과 관련되어 꼭 필요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정보기술(IT) 조직의 셰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통해 기업가치의 향상을 위한 목표를 설정하는 전략·기획 조직의 셰프 △주어진 데이터를 적절한 방법을 통해 분석하고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사이언스 조직의 셰프가 상호 협력하여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최고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내에서 데이터 오마카세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관련 각종 규제의 개선, 데이터 활용에 대한 인식 개선, 고급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의 양성과 같이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앞으로 이러한 문제 해결을 통해 정부 각 부처와 기업에서 데이터 오마카세가 더욱 활성화돼 대한민국이 진정한 데이터 강국이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박태영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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