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집값 11% 올랐다던 文정부 … 덜 오른 단지만 조사했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정권 유지를 위해 부동산 관련 통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면 이는 국정농단"이라며 철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힌 것은 문 정부 당시 통계 왜곡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가파른 집값 상승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이 되며 부동산 통계 조작 논란이 빈번하게 불거졌다. 한국부동산원을 축으로 정권 입맛에 맞는 데이터를 생산하고, 이를 보고받은 청와대와 국토부가 현실과 괴리된 처방을 내놓으며 문제를 키웠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 정부의 '엉터리 통계' 논란의 서막은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현미 당시 국토부 장관은 국회에서 "문 정부 3년간 전국 집값은 11%, 서울 아파트값은 14% 올랐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현미 전 장관은 당시 한국부동산원 월간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을 근거로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KB주택가격동향 자료를 근거로 문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약 52%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장관에게 "(지난 3년간)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40%, 평균 매매가격은 44%, 중위가격은 42% 상승했다. 이 통계를 보고받은 적 있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은 "실거래가 기준 통계는 처음 본다"고 답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현장에서 본 집값 상승 체감도는 KB 통계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2017년 5월 최고가 매물이 10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김 전 장관의 발언이 나온 2020년 7월에는 19억원에 계약서가 오갔다. 3년2개월간 무려 81% 올랐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10단지 전용 49㎡의 경우 2017년 5월 최고가가 3억1000만원이었으며 2020년 7월 실거래가는 5억7000만원을 찍었다. 3년여간 상승률은 83.9%에 달했다.
하지만 통계 왜곡과 관련한 비판에 대해 당시 국토부는 정부의 공식 통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국토부는 2020년 8월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주택 가격 변동률을 산정할 때 중위 또는 평균 매매가격을 활용하는 통계는 시장 상황을 과잉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한국감정원(한국부동산원) 주택가격동향 조사는 국제적 권고 방식인 '제본스 지수' 방식으로 생산되는 국가 승인 통계"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잦아들지 않자 급기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부동산 통계 산정 방식을 개선할 것을 지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부동산 실거래 현황이 정확하게 반영되는 실거래가 통계를 통해 부동산정책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공공 통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큰 도움이 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집값을 파악할 때 표본 수를 늘리고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지수검증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개선안을 내놓았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산정 방식은 오류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한국부동산원의 '매매가격지수'는 표본 대상 단지 실거래가와 주변 시세 등을 종합해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자의적으로 추산하는 구조다. 특정 단지 주변 시세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어도 한국부동산원 직원들이 찍어놓은 표본 대상 아파트 거래가 없으면 '거래 가능한 가격'을 올리지 않아도 구조상 문제가 없다.
한국부동산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감정평가사는 "부동산원 직원들 중 상당수가 언론 보도 등 추이를 관찰하며 주먹구구식으로 표본 시세를 올린다"고 털어놨다. 정부 입김에 따라 얼마든지 수치 왜곡이 가능한 구조라는 얘기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의 통계 조작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토부와 통계청, 한국부동산원에 대한 감사기간을 지난 16일까지 7주 연장한 데 이어 대통령실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홍장표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황수경·강신욱 전 통계청장도 각각 조사했다.
국토부는 진행하고 있는 감사에 성실하게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동산 통계 조작 가능성과 관련해 "감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식적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 충실히 감사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잇달아 논평을 내며 문 전 대통령을 직격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판타지 소설과도 같은 경제정책들을 밀어붙이기 위해 국가 통계조차 왜곡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며 "자신들의 경제정책이 판타지 소설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 통계청을 조종했다는 것은 나라를 좀먹는 중대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별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 5년은 조작과 은폐로 점철된 암흑의 시간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감사원은 소득, 고용, 주택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과 관련된 통계들이 조작된 것으로 보고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유신 기자 / 홍장원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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