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조선업 강해 … 중국과 격차 아직 크다"
韓, 불황에도 기술 투자·개발
"LNG선에서 입지전적 위치"
고객 경청 서비스 마인드까지
친환경 연료 '녹색 전환'이 핵심
"혁신을 앞세운 한국은 조선해양산업 분야의 선도 국가입니다. 중국이 저비용 등을 앞세워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이 갖춘 기술력과는 큰 격차가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는 조선해양산업이지만 로이드선급협회(Lloyd's Register)가 쌓아온 한국과의 60년 관계는 앞으로 더욱 돈독해지기를 희망합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2022 조선해양산업 리더스(Leaders)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닉 브라운 로이드선급협회 최고경영자(CEO·사진)의 평가다. 로이드선급협회는 1760년 창립된 세계 최초의 선급으로, 초기 선박 보험 평가를 넘어 지금은 각종 공산품과 건축물에 대한 인증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1996년 협회에 합류한 브라운 CEO는 현재 국제선급연합회(IACS)의 회장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최초로 진행된 IACS 회원 투표를 통해 회장에 오른 첫 인물이다. 이전까지 IACS 회장직은 순번제로 선출됐다.
브라운 CEO는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조선해양산업의 강점으로 '기술 투자에 집중한 명확한 전략적 선택' '친(親)고객 서비스' '선박 건조 비용 절감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등을 꼽았다. 그는 "한국 조선산업은 첨단기술 선박 건조를 위한 투자·개발에 집중하자는 전략을 명확하게 고수했다"며 "특히 산업이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도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강점"이라고 전했다.
브라운 CEO는 한국 조선소가 고객을 대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선주들과 대화해보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한국 조선소는 항상 고객들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것입니다. 고객 만족을 위해 노력하며 우수한 품질의 선박을 제공하는데, 운영 비용이 낮고 연료 효율성까지 좋으니 고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는 이어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건조 비용을 절감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것도 또 다른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운 CEO는 기술적으로 맹추격하는 중국의 강점으로 '비용'을 꼽았다. 노동·자재·규모 등 분야에서의 절감을 통한 저렴한 가격이 중국 조선산업의 무기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품질 신뢰성과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대체연료 분야에서의 독보적 기술력이 한국 조선소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라운 CEO는 "탄소중립을 위한 고효율·저탄소 선박으로의 전환이 이뤄지는 최근 상황에서 한국은 LNG선 건조 분야의 입지전적인 위치에 있다"며 "로이드선급협회와 영국도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적인 전문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만큼 한국과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한국과 영국 기업들 간 협업 기회도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선박의 연료를 친환경으로 대체하는 '녹색 전환' 역시 한국에 큰 기회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로이드선급협회는 글로벌 조선사들이 새로운 엔진과 기술, 친환경 연료를 안정적으로 도입한 뒤 2030년부터는 본격적인 친환경 선박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브라운 CEO는 "한국은 미래의 조선산업을 함께 발전시키기 위한 핵심(Critical) 파트너"라며 "로이드선급협회와 영국 역시 친환경 전환에 대한 기술적인 전문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만큼 한국과의 협업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양국 기업들 간 무궁무진한 협업 기회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기 기자·사진/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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