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11주기 이튿날 미사일 2발 발사한 북한…신형 고체연료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가능성
북한이 18일 오전 11시13분부터 12시5분까지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이날 밝혔다.
합참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은 고각으로 발사되어 약 500㎞ 가까이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했다”면서 “한·미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된 동향을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이날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2발이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탄도미사일 2발은 최고 고도 약 550㎞로 약 500㎞를 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인 것으로 보고 있다. MRBM은 사거리 1000~2000㎞ 정도의 미사일로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다. 실제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정상 각도로 발사했을 경우 1000㎞ 이상을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이후 한 달 만이다. 또 이날 발사는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고체연료 ICBM용으로 보이는 고출력 로켓엔진 실험을 한 지 사흘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실험 참관 뒤 “최단 기간 내에 또 다른 신형 전략무기 출현을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보당국은 이같은 정황으로 미뤄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이용한 새로운 MRBM을 시험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17일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1주기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북한의 당·군 관계자들은 이날 김정일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참배를 했으나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김정일 위원장 사망 주기에 참배를 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부친의 1∼10주기에 모두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으며 3주기와 5주기, 10주기 때는 대규모 중앙추모대회를 열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핵심 실세들이 지난 15일 엔진 실험 참관 이후 계속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 머물며 이번 발사를 참관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합참은 이날 비행거리 외에는 최고 고도·속도 등 제원이나 이동발사대(TEL) 사용 여부 등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북한이 군의 분석 결과에 배치되는 내용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의도적으로 혼란·기만 전술을 펴고 있다고 보고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고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 도발로 규정하고 강력 규탄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또 북한의 도발에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동시에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도 지속해서 강화하기로 했다고 이 부대변인은 설명했다.
한국 정부 북핵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 후나코시 다케히로(船越健裕)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각각 전화 협의를 하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규탄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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