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포에…강남 맞닿은 택지도 안팔려
자금경색에 건설사 매입 주저
공공택지 사전청약 폐지에도
건설사들 "지금은 부담스러워"
올 집값 낙폭 2003년 이후 최대
최근 들어 수도권 공공택지가 대거 유찰되고 있다. 부동산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 경색 등으로 건설사들이 아파트 용지를 매입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건설사들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최근 사전청약 의무 제도를 폐지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하는 택지는 더욱 늘고 있는 모양새다.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입지적 장점을 지닌 택지들도 마찬가지다.
1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지난 15일 부천원종지구 공동주택용지 B1블록을 공급하기 위한 2순위 신청을 받았으나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응하지 않았다. 앞서 LH는 13일 실시한 1순위 모집에 신청사가 나타나지 않자 2순위를 모집했다. 2순위의 경우 건설사의 과거 주택 건설 실적, 시공 능력 등을 전혀 따지지 않음에도 한 곳도 신청하지 않은 것이다. 부천원종지구 지구계획에 따르면 B1블록은 지구 내 유일한 민간분양 아파트 용지로, 전용면적 60㎡ 이하 282가구가 공급되는 곳이다.
부천원종지구는 서울 양천·강서구와 불과 2㎞ 떨어져 있다. 그중에서도 B1블록은 차로 3분이면 서울에 도달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다. 인근에 서해선 원종역이 예정돼 있고, 3기 신도시인 부천대장지구와 맞물려 있는 등 나름 호재도 있다. 지난해 사전청약이 이뤄진 부천원종지구 B2블록은 인기가 덜한 신혼희망타운임에도 3.4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아파트를 지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공공택지는 부천원종뿐만이 아니다. 성남복정1지구의 경우 최근 B1블록의 지난 2순위 모집에서도 땅을 사들일 건설사를 찾지 못해 지난 12일 수의계약에 나섰다. 위례신도시와 맞닿아 있는 성남복정1지구에서도 B1블록은 서울 송파구와 도보로 10분 거리다.
공공택지가 주인을 못 찾는 것은 부동산시장 한파 영향이 크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미분양과 청약 미달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가운데 건설사 입장에서는 이를 무릅쓰고 서둘러 아파트를 공급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부동산 PF 사태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점도 한몫하고 있다. 공공택지를 매입하려면 20억~30억원의 신청예약금은 물론, 계약 시 토지 대금의 10%를 우선 납부해야 한다. 토지 대금은 최소 수백억 원으로, 성남복정1 B1블록(약 1692억원)과 같이 1000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까지도 공공택지 입찰에 적극적이던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1000억원이 넘는 공공택지를 매입하기가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공공택지가 유찰된 사례는 최근 수년간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에선 지난 8월 충북 괴산 미니복합타운 A-3블록이 사실상 처음으로 유찰됐다.
공공택지를 매입하면 6개월 내에 반드시 사전청약을 실시해야 하는 사전청약 의무 제도가 최근 폐지됐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달 10일 건설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공택지 사전청약 의무 제도를 폐지했다. 부동산시장이 냉각돼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전청약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사전청약에서 대거 미달이 나면 '미달 아파트'로 시장에 각인돼 향후 본청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순위까지 유찰된 공공택지들은 이후 수의계약으로 진행된다. 땅을 살 건설사가 나타날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것이다.
한편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가격은 1월부터 11월까지 누적 기준 4.79% 하락했다. 아파트 가격을 조사하기 시작한 2003년 12월 이후 연간 기준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부동산 거래도 씨가 마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는 총 1만1161건으로, 지난해 기록한 4만1987건의 4분의 1 수준이다.
[연규욱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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