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화장장 24시간 풀가동 …'위드코로나 악몽' 현실로
싼리툰 쇼핑거리 잇단 폐점
의료대란에 비상태세 전환
체육관 속속 병원으로 개조
"최대 200만명 사망 전망"
中당국 내수살리기 안간힘
대륙의 추위를 녹여줄 것으로 기대했던 '위드 코로나'가 성큼 다가왔지만 1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은 오히려 더 을씨년스러운 모습이다. 기자가 방문한 중국 최대 상업지구 싼리툰 쇼핑거리에는 문을 닫은 상점들이 즐비했다. 일부 문을 연 식당에는 손님 대신 종업원들 모습만 보였다.
베이징은 주요 지역에서 길거리를 오가는 차량과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면서 찬바람만 부는 적막한 도시가 됐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감염이 두려운 사람도, 이미 감염된 사람도 집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그나마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배달기사와 택배기사 중에도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시민들의 불편은 더 커졌다. 실제 기자가 집에서 피자를 주문하고 2시간을 기다렸지만 피자는 끝내 오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에 '주문한 음식을 준비했지만 결국 배달원을 구하지 못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 일일 신규 감염자 숫자에 더 이상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없다. 중국 방역당국이 무증상 감염자 발표를 중단하면서 신규 감염자(유증상자) 숫자는 수천 명으로 뚝 떨어졌지만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해열제 하나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백지시위에 화들짝 놀란 중국 당국이 급작스럽게 위드 코로나로 정책을 전환했지만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중국 대륙이 대혼란에 빠졌다. 방역당국이 3년간 제로 코로나라는 이름으로 틀어막기 식 방역정책에만 몰두하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그림조차 제대로 그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가장 심각한 건 의료 인력과 시설 부족이다. 14억명의 인구에 비해 의료 자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중국 매체나 소셜미디어(SNS) 등에 따르면 병원 앞에는 진료 예약을 하지 못한 코로나19 의심 환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고, 병실이 없어 병원 주차장에서 수액을 맞는 환자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여러 지역에서 진료소 예약이 마감된 탓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진료를 받지 못하거나, 최소 90분 이상 대기해야 하는 등 의료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베이징 둥자오 화장장의 한 직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방역 완화 이후 업무가 몰리고 있다. 하루 24시간 돌리고 있는데 시신이 너무 많아서 감당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 화장장은 평소에 하루 30~40명의 사망자를 처리했는데, 최근에는 하루에 200명을 처리하고 있다.
앞으로 더 큰 비극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중국은 공식 통계상 인구 대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 수가 적고, 화이자 등 mRNA 백신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중국산 백신을 접종해 방어력이 떨어진다. 이에 학계에서는 위드 코로나로 인해 중국에서 최대 100만∼20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중국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 의료 태세를 가동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국무원 합동방역기구는 지난 16일 긴급통지를 통해 각 성·시 방역 부서에 내년 춘제 기간에 농촌 방역과 위생 서비스를 철저히 하라고 요구하면서, 최근 5년 이내에 퇴직한 의료인들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허난성은 전시 대비 태세에 준하는 1급 의료 대응 태세를 가동해 내년 3월 말까지 성내 보건 및 건강 계통 종사자에 대해선 공휴일 휴무를 취소하기로 했다. 또 의료기관에서 원장과 의료 파트 종사자는 당번제로 24시간 근무 체제를 유지하도록 했다.
위드 코로나로 인한 대혼란으로 내수 위축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자 당국은 내년도 경제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내수 확대로 제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이하 중국 지도부가 총출동한 가운데 지난 15~16일 열린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내년 경제의 5대 전략이 제시되면서 내수 확대에 주력한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혔다. 제로 코로나로 닫혔던 중국인들의 지갑을 열어 소비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또 시 주석 체제에서 주로 '규제'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알리바바, 텐센트, 디디추싱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을 지원해 경기부양과 함께 고용 창출을 도모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베이징/손일선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그 많던 임의가입자 어디로…‘국민연금’ 어쩌다 이지경까지 - 매일경제
- 우승하면 ‘옷벗겠다’ 공약 논란…크로아티아 미녀 직접 입 열었다 - 매일경제
- 송혜교 옆 ‘이 남자’, 머스크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 매일경제
- ‘무적’ 신세 호날두, 월드컵 끝나고 어디 있나 했더니… - 매일경제
- 소속팀 복귀 이강인, 동료들에게 맞고 차이고…격한 ‘환영식’ - 매일경제
- “지방 사는 나도 서울 줍줍”...내년부터 ‘확’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 - 매일경제
- 삼성전자보다 시총 적은 이 나라…개미들 70억 들고 달려갔다 - 매일경제
- 증시한파 뚫고 목표주가 ‘高高’...오르는 이유 따로 있네 - 매일경제
- “전세금 안주는 나쁜 집주인”…재산 가압류는 이렇게 - 매일경제
- 안우진, 태극마크 무산 유력...추가 발탁 논의 없었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