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집결지 알리지 않고 '지하철 선전전' 계속한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오는 19일부터 집결지를 알리지 않은 채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부터 전장연이 집결하는 역사에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키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측 조치에 대한 대응이다.
전장연은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다음날부터 진행될 '251일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하철 선전전' 일정을 공지하면서 "오전 8시 지하철 선전전은 서울시의 무정차 조치를 막기 위해 부득이 지하철 역사를 알리지 않고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장연의 '지하철 선전전'은 열차 승강장에 모인 활동가들이 장애인 권리 등에 대해 발언하고 지하철에 탑승하는 형식의 활동이다. 전장연 측은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와는 다르게 5분 이내로 탑승하며 일상적인 선전전"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지난 14일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에서 심각한 지연이 발생할 경우 무정차 통과를 시행"한다는 명목으로 당일 오전 8시 44분께 지하철 선전전이 진행되던 삼각지역을 무정차 통과 지역으로 지정했다. 열차 지연을 유발하는 시위 방식이 예정돼 있지 않았는데도 장애인 활동가들의 탑승을 막고 열차를 무정차 통과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전장연은 "서울교통공사는 선전전이 시작되기도 전 사다리를 반입했다는 이유로 일부 (시위)대오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고 곧바로 무정차 통과를 강행했다"며 "(지금까지) 선전전으로 인한 지하철의 심각한 지연은 없었으며, 사다리 반입 금지 또한 이전에는 전혀 언급조차 없었던 조치"라고 공사 측 조치를 비판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정차'를 조치를 규탄하며, 장애인권리예산이 보장될 때까지 서울 지하철 곳곳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할 것이라 밝혔다. "선전전 장소가 알려지면 서울시에서 '무정차' 조치를 취하기에 부득이하게 선전전 장소를 미리 공지하지 않는 것을 양해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서울시와 공사 측의 무정차 조치에 대응해, 집결지를 미리 밝히지 않고 선전전을 지속하겠다는 대응책을 발표한 셈이다.
전장연은 "(서울시는) 마땅히 보장해야 할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아 발생한 (장애인의) 죽음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며 무정차 조치 등 서울시 측의 강경대응을 가리켜 "순서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장애인 이동권 투쟁은 22년 동안 이어져 왔지만, 이들 단체의 지적대로 '서울지하철 전 역사 승강기 설치' 등 장애인 이동권 향상을 위한 서울시 측의 약속 이행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2002년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2004년까지 모든 지하철에 엘리베이터 설치, 저상버스, 리프트 장착된 특별교통수단 도입"을 약속했지만, 2005년 "46개 역은 설치가 불가능"하다며 입장을 번복했다.
2015년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 또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모든 역사에 엘레베이터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2022년 12월 기준 서울시 내엔 아직 21곳의 역사가 승강기 미설치 지역으로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시정을 맡은 오세훈 서울시장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세부 실천계획' 상의 승강기 설치 시점을 2024년까지 다시 미뤄놓았다.
서울시가 약속을 어기고 미루는 사이 참사는 반복됐다. 2001년 대대적인 장애인 이동권 투쟁의 계기가 된 '오이도역 추락 참사'를 기준으로 2002년 발산역, 2006년 신연수역, 2008년 화서역, 2017년 신길역 등 참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만 5건에 달한다. 이는 모두 장애인용 리프트를 사용하던 이들이 당한 사고다. 올 4월 양천향교역 에스컬레이터 추락사 등 그 밖의 경우를 합치면 사망자의 수는 더 늘어난다.
전장연은 특히 2017년 10월 신길역에서 발생한 장애인 추락 참사를 두고 "(해당 참사는) 서울지하철 1~8호선 277개 역 가운데 1역 1동선 확보역(지하철역 입구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승강기가 설치된 역)이 249개(89.9%)일 때 벌어진 참사"라며 "승강기 설치율이 높더라도, 100%가 아닌 이상 누군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장연은 "지하철 선전전을 불법 시위로 낙인찍고 무정차 통과라는 조치로 시위를 탄압하기 이전에, 장애인 권리 보장에 대해 법과 원칙을 제대로 적용하지 않은 것부터 먼저 사과하라"며 "서울시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 약속 이행부터 먼저 하라"고 촉구했다.
집결지를 지정하지 않고 진행되는 251일차 지하철 선전전은 오는 19일 오전 8시에 시작된다. 미공지 장소에서 선전전을 시작하는 전장연 활동가들은 각 지역에서의 선전전을 마치고 오전 9시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서울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으로 모일 예정이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전장연, 집결지 알리지 않고 '지하철 선전전' 계속한다
- 尹정부, 日 독도 영유권 주장 직후에도 "한미일 안보협력 지속강화"
- '나인 투 식스'에서 '나인 투 텐'으로…尹정부 '노동개혁'의 현실
- 유승민 "尹대통령, 일본 '전수방위' 삭제 입장 밝혀야"
- 낙태죄 없는데, '먹는 임신중지약'은 불법? … 미프진 국내 도입 무산
- 북한, ICBM 한달만에 또 동해로 탄도미사일 2발 발사
-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무례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 청년 정치인의 한숨 "내가 비대위원장인지, 젠더폭력센터장인지…"
- 윤석열 정부의 '법치주의'는 무엇이고 '자유를 제거하려는' 자들은 누구인가
- "너무 보고 싶은 딸. 우리 딸이 잊혀질 까봐 엄마가 용기를 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