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감동 남기고…뜨거웠던 첫 겨울 월드컵
亞 강세·모로코 돌풍 돋보여
12년 만에 16강 오른 韓 축구
토너먼트 경쟁력 해결 과제
4년뒤엔 '최초 3國 월드컵'
미국·캐나다·멕시코 개최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전환
지난 한 달 동안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무려 300조원을 투자한 뒤 경기장과 공항, 호텔, 교통망 등을 조성해 치러진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개최된 것은 물론, 처음으로 여름이 아닌 11월에 열리며 관심을 받았다.
◆ 이변에 또 이변
카타르월드컵은 변수도 이변도 많았던 대회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유럽리그 휴식기인 6~7월에 열렸지만, 이번에는 중동의 무더위를 피해 유럽 축구 시즌이 한창인 11월에 개최됐다. 또 카타르가 우리나라 경기도 규모의 영토를 지닌 작은 나라인 만큼 각 팀은 경기와 경기 사이에 도시를 이동할 필요 없이 베이스캠프를 그대로 쓰면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울러 경기장이 가까워 하루에 2경기 관전도 가능해지면서 흥행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여러 변화로 예상치 못한 결과도 많았다. 그중 가장 주목을 끈 점은 대회 초반 돌풍의 중심이 아시아였다는 것이다. 애초에 자동출전권을 얻은 개최국 카타르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페루를 제친 호주까지 합류하면서 한국·일본·이란·사우디아라비아를 더해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많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6개국)이 참가했다.
사우디가 첫 경기에서 거함 아르헨티나에 2대1 역전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일본이 스페인과 독일을 꺾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국은 포르투갈에, 호주는 덴마크에 승리를 거두며 도박사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한국과 일본, 호주까지 3개 팀이 16강에 오른 뒤 "아시아의 수준을 끌어올린 모든 회원국 협회에 공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밖에서는 아프리카 국가이자 중동 문화권인 모로코의 4강 돌풍이 거셌다. 조별 예선에서 벨기에를 잡은 모로코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두 이베리아반도 국가를 격침하며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비록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패하며 남미와 유럽이 아닌 국가로서 첫 결승에 오르겠다는 목표까지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눈부신 성과인 것은 여전하다.
◆ 韓, 벤투 이후를 준비하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무려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가나 등 결코 쉽지 않은 강팀이 모인 H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16강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성적이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16강을 이룰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이 4년 동안 팀을 이끌며 주도적인 축구를 한국 대표팀에 이식한 것이었다. '선 수비 후 역습'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공격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축구는 축구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다만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된 만큼 앞으로의 결정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새 감독 선임 작업을 내년 2월까지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김학범과 최용수 등 국내파 감독이 언급되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령탑의 국적 문제를 넘어 어떤 철학을 가진 감독을 통해 어떤 축구를 할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부상을 안고도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 대회 막바지 잡음이 일었던 트레이너와 의무팀 간 갈등 문제 역시 대한축구협회가 조정하고 풀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더 이상 개개인의 '투혼'이 아닌 '시스템'을 토대로 한 운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참가국이 늘어날 예정이기에 아시아 예선 통과를 넘어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 48개국 모여서 새롭게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는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FIFA 수익도 크게 불어날 예정이지만, 그 대신 월드컵 본선 운영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32개국 체제로 이뤄진 월드컵에서는 4개국이 8개 조로 나뉘어 각 조 1·2위가 16강에 오르는 시스템으로 운영돼왔다.
다만 4년 뒤에는 어떤 방식으로 승자를 가릴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애초에는 48개 팀을 세 팀씩 16개 그룹으로 나눠 각 조 1위와 2위가 32강에 진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 유력해 보였다. 이 방식에서는 출전국의 조별 예선 경기 수가 3회에서 2회로 줄어들고, 최하위는 조기에 탈락하게 된다.
하지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17일 이사회를 마친 뒤 "세 팀으로 구성된 16개 조를 짜는 방안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네 팀으로 구성된 12개 조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개 팀이 조별 예선을 치러야 극적인 장면이 더 자주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조별 예선을 현행 8개에서 12개로 늘려 각 조 3위 중 좋은 성적을 낸 8개국의 와일드카드로 32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 또는 48개국을 24개국씩 2개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서 4개국씩 6개 조로 분할해 조별 예선과 토너먼트를 치른 뒤 각 그룹 승자가 결승전에 나서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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