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와 감동 남기고…뜨거웠던 첫 겨울 월드컵

이용익 기자(yongik@mk.co.kr) 2022. 12. 1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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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조 쏟아부은 카타르월드컵 30일 대장정 마무리
亞 강세·모로코 돌풍 돋보여
12년 만에 16강 오른 韓 축구
토너먼트 경쟁력 해결 과제
4년뒤엔 '최초 3國 월드컵'
미국·캐나다·멕시코 개최
사상 첫 '48개국 체제'로 전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객관적인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펼치며 국민에게 희망을 안겼다. 지난 3일(한국시간) 포르투갈에 2대1로 승리를 거두고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이 경기장을 달리며 기뻐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지난 한 달 동안 전 세계를 열광시켰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무려 300조원을 투자한 뒤 경기장과 공항, 호텔, 교통망 등을 조성해 치러진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중동에서 개최된 것은 물론, 처음으로 여름이 아닌 11월에 열리며 관심을 받았다.

◆ 이변에 또 이변

카타르월드컵은 변수도 이변도 많았던 대회로 기억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월드컵은 유럽리그 휴식기인 6~7월에 열렸지만, 이번에는 중동의 무더위를 피해 유럽 축구 시즌이 한창인 11월에 개최됐다. 또 카타르가 우리나라 경기도 규모의 영토를 지닌 작은 나라인 만큼 각 팀은 경기와 경기 사이에 도시를 이동할 필요 없이 베이스캠프를 그대로 쓰면서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아울러 경기장이 가까워 하루에 2경기 관전도 가능해지면서 흥행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여러 변화로 예상치 못한 결과도 많았다. 그중 가장 주목을 끈 점은 대회 초반 돌풍의 중심이 아시아였다는 것이다. 애초에 자동출전권을 얻은 개최국 카타르와 대륙 간 플레이오프에서 페루를 제친 호주까지 합류하면서 한국·일본·이란·사우디아라비아를 더해 역대 월드컵 사상 가장 많은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6개국)이 참가했다.

사우디가 첫 경기에서 거함 아르헨티나에 2대1 역전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일본이 스페인과 독일을 꺾으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한국은 포르투갈에, 호주는 덴마크에 승리를 거두며 도박사들의 얼굴을 찡그리게 했다.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AFC 회장은 한국과 일본, 호주까지 3개 팀이 16강에 오른 뒤 "아시아의 수준을 끌어올린 모든 회원국 협회에 공이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 밖에서는 아프리카 국가이자 중동 문화권인 모로코의 4강 돌풍이 거셌다. 조별 예선에서 벨기에를 잡은 모로코는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두 이베리아반도 국가를 격침하며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진출을 이뤄냈다. 비록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패하며 남미와 유럽이 아닌 국가로서 첫 결승에 오르겠다는 목표까지는 실현하지 못했지만 눈부신 성과인 것은 여전하다.

서울 광화문에 모인 '붉은악마' 응원단이 늦은 밤 영하의 날씨에도 열정적인 응원전을 펼치며 대표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연합뉴스】

◆ 韓, 벤투 이후를 준비하라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이후 무려 12년 만에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이뤄냈다.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가나 등 결코 쉽지 않은 강팀이 모인 H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하며 16강에 오른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성적이지만 앞으로 남은 과제도 한둘이 아니다.

16강을 이룰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파울루 벤투 감독과 그의 사단이 4년 동안 팀을 이끌며 주도적인 축구를 한국 대표팀에 이식한 것이었다. '선 수비 후 역습'에만 급급한 것이 아니라 공격 지역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축구는 축구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다만 벤투 감독과의 재계약이 불발된 만큼 앞으로의 결정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새 감독 선임 작업을 내년 2월까지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이 과정에서 김학범과 최용수 등 국내파 감독이 언급되며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사령탑의 국적 문제를 넘어 어떤 철학을 가진 감독을 통해 어떤 축구를 할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부상을 안고도 월드컵에 참여한 선수들, 대회 막바지 잡음이 일었던 트레이너와 의무팀 간 갈등 문제 역시 대한축구협회가 조정하고 풀어야 할 문제로 꼽힌다. 더 이상 개개인의 '투혼'이 아닌 '시스템'을 토대로 한 운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참가국이 늘어날 예정이기에 아시아 예선 통과를 넘어 본선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 48개국 모여서 새롭게

2026년 북중미월드컵에서는 참가국 수가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FIFA 수익도 크게 불어날 예정이지만, 그 대신 월드컵 본선 운영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후 32개국 체제로 이뤄진 월드컵에서는 4개국이 8개 조로 나뉘어 각 조 1·2위가 16강에 오르는 시스템으로 운영돼왔다.

다만 4년 뒤에는 어떤 방식으로 승자를 가릴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애초에는 48개 팀을 세 팀씩 16개 그룹으로 나눠 각 조 1위와 2위가 32강에 진출하는 방식이 될 것이 유력해 보였다. 이 방식에서는 출전국의 조별 예선 경기 수가 3회에서 2회로 줄어들고, 최하위는 조기에 탈락하게 된다.

하지만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지난 17일 이사회를 마친 뒤 "세 팀으로 구성된 16개 조를 짜는 방안에 대해 다시 고려해야 한다. 어쩌면 네 팀으로 구성된 12개 조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하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4개 팀이 조별 예선을 치러야 극적인 장면이 더 자주 나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조별 예선을 현행 8개에서 12개로 늘려 각 조 3위 중 좋은 성적을 낸 8개국의 와일드카드로 32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방식, 또는 48개국을 24개국씩 2개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서 4개국씩 6개 조로 분할해 조별 예선과 토너먼트를 치른 뒤 각 그룹 승자가 결승전에 나서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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