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와 전기차배터리 동맹 맺은 이재용
장기공급 규모 3배 이상 확대
46파이 원통형 공급 가능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방한한 올리버 칩제 BMW그룹 회장과 만나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SDI와 BMW가 2019년 체결한 29억유로(약 4조원) 상당의 장기 업무 계약을 3배 이상 확대한 가운데 향후 삼성SDI가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를 BMW에 공급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이 회장은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칩제 회장을 비롯한 BMW 경영진을 만나 최신 전기차에 탑재되는 삼성SDI의 P5 배터리를 포함해 양사 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필리프 파랭 BMW 수석부사장 등이 배석했다.
경영진 미팅에 앞서 이 회장은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 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플래그십 전기차 뉴i7과 BMW 드라이빙센터를 살펴봤다. P5 배터리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SDI의 최첨단 소재 기술을 집약한 제품이다. 니켈 함량 88%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와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해 기존 전기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밀도를 20% 높이고 재료비는 20% 이상 절감했다. BMW는 주행거리 확대 등 차량 성능 향상을 위해 뉴i7 외에 iX, i4 등 최신 전기차 기종에도 삼성SDI의 P5 배터리 셀을 적용했다.
이 회장은 "BMW와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양사 간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말했다. 칩제 회장은 "전동화에 있어 삼성은 매우 중요한 파트너 중 하나이며 삼성 경영진이 우리의 최신 기술력이 집약된 새로운 BMW i7과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전기차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13년간 긴밀히 협력해왔다. 이 회장은 협력 초기 단계부터 BMW 경영진과 교류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해 전기차 협력 강화를 주도했다. 2012년에는 노르베르트 라이트호퍼 당시 BMW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협력 확대를 논의했다. 2013년 출시된 BMW 최초의 순수 전기차 i3를 시작으로 2015년 i8, 지난해 iX와 i4 등 BMW가 출시하는 친환경 전기차에는 삼성SDI의 고성능 배터리가 탑재됐다.
삼성SDI는 2019년 BMW와 약 4조원 규모의 자동차 전지 공급을 위한 장기 업무협약을 체결했는데, 시장 성장과 BMW 차량 판매 호조에 따라 이 공급 규모를 3배 이상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BMW에 공급할 배터리 생산을 위해 헝가리 2공장을 본격 가동했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최근 충남 천안공장에 구축 중인 46파이 생산라인의 배터리가 BMW에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SDI는 내년 1분기에 천안공장 생산라인을 완성하고 상반기 중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한편 업계는 BMW와 삼성SDI가 새로운 배터리를 적용할 수 있는 새 전기차 플랫폼을 공동 개발할 가능성도 높다고 추정하고 있다. 두 회사는 2014년 단순한 배터리 공급을 넘어 차세대 소재 등 전기차 기술 공동 개발까지 협력을 확대한 바 있다. 삼성SDI가 GM, 볼보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가운데 향후 BMW와의 합작법인 설립도 기대된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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