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월요일] '생명의 손'으로 핥다

허연 기자(praha@mk.co.kr) 2022. 12. 1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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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팔이 나온다

세상의 모든 위험으로부터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 나온다

맘껏 뛰노는 벌판을

체온으로 품는 가슴이 나온다

혀가 목구멍을 찾아내

살아 있다고 우는 울음을 핥는다

혀가 눈을 찾아내

첫 세상을 보는 호기심을 핥는다

혀가 다리를 찾아내

땅을 딛고 일어설 힘을 핥는다

혀가 심장을 찾아내

뛰고 뒹구는 박동을 핥는다

- 김기택 作 '어미 고양이가 새끼를 핥을 때' 중

어미 고양이가 새끼 고양이를 혀로 핥는 광경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시다.

시인은 어미 고양이의 '혀'를 '연약한 떨림을 덮는 손'이라고 표현한다. 관찰력과 상상력이 멋지다. 어미 고양이는 여리디 여린 새끼를 감싸기 위해 관절 때문에 딱딱해진 앞발이 아닌 자기 신체 중 가장 부드러운 혀를 꺼내 새끼를 핥는다.

가장 무기력하게 태어나는 작은 생명을 키우는 마음이 모두 그럴 것이다. 자꾸만 또 읽고 또 읽게 되는 시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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