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단독 ‘참사 국조’ 시동…“기다림 길수록 진상 흐려져”

엄지원 2022. 12.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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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처리 시점이 기약 없이 미뤄지자 야권이 19일부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45일의 짧은 조사 일정마저 반토막나자 '약속 파기'라는 여당의 비판과 '반쪽짜리'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일단 본조사의 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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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야3당 “19일, 본조사 일정 및 증인 채택 할 것”
지난 15일 낮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가 마련한 시민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사진 신소영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처리 시점이 기약 없이 미뤄지자 야권이 19일부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45일의 짧은 조사 일정마저 반토막나자 ‘약속 파기’라는 여당의 비판과 ‘반쪽짜리’라는 일각의 우려에도 일단 본조사의 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우상호 용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루빨리 국조특위를 정상 가동해 국회가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 19일 오전에는 국조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본조사 일정과 증인을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가 지난달 24일 ‘예산안 처리 뒤 청문회 등 본조사에 들어간다’는 전제 아래 국정조사 계획을 합의 처리한 탓에 국조특위는 예산안 처리를 기다리며 3주 넘게 공전했다. 우 위원장은 그러나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참사의 진상은 점점 흐려져 갈 것”이라며 “국조특위 여야 간사는 증인 채택 및 본조사 일정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에 반발하며 국조특위 위원들이 사퇴 의사를 밝힌 여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강행 뜻이 “특위 복귀 등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다는 핑계로 국조를 시작하고 나면 예산안을 빨리 처리해야 할 이유도 없어지는 거 아니냐”며 “증인 채택이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야당) 자기들 맘대로 진행하고 강행하면 저희들이 나중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합의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야당이 다음주 본조사를 강행할 경우 협조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원칙적으로 (국정조사 기간) 연장은 없다”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두고 논의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우상호 용산 이태원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장이 18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김경호 선임기자

여당 없는 국정조사는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 쪽 기관증인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맹탕 국조’에 그칠 수 있어서다. 민주당 국조특위 관계자는 “지금도 서울시는 거의 모든 자료제출 요구를 피해가는 등 정부에서 자료를 받아내기가 어렵다. 야당만의 국정조사가 공식화되면 더 노골적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야3당(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은 국정조사의 닻을 올리더라도 다음주엔 현장검증에 집중할 계획이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출석할 증인에겐 7일 전에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19일 증인 채택을 하면 청문회는 26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여당이 예산안 처리 뒤 청문회부터 합류하면 기관증인들의 협조에도 힘이 실린다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김교흥 민주당 간사와 이만희 국민의힘 간사는 최근까지 물밑에서 일정과 증인 채택 문제 등을 조율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일각에선 일단 본조사에 들어가면 여당이 동참할 수밖에 없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참사 희생자들의 49재를 지나며 유족들이 빠르게 결집해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생중계되는 청문회에서 야당의 일방적인 공세를 막아내려면 여당이 장내에서 방어하는 게 유리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우 위원장도 이날 “저는 (여당 위원들이) 들어올 거라고 믿는다. (절차를) 천천히 가면서 배려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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