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보내줘야지”…49재에 다시 제사상 차린 ‘이태원 그 상인’

김수연 2022. 12. 1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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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참사' 직후 사고 현장 골목에서 손수 만든 제사상을 차려 수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80대 상인이 "이제 그들을 떠나보내겠노라"며 다시 제사상을 올렸다.

49일 동안 참사 현장인 '추모의 벽' 앞 '골목 지킴이'였던 그는 이제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남씨에 따르면 참사를 직접 목격한 상인들 다수가 49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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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지만…”
여전한 트라우마 겪는 상인들
“핀셋 지원도 받지 못해” 불만도
이태원 참사 49재를 맞은 지난 16일 새벽 사고 현장에 위치한 옷 가게 사장인 남인석씨가 마련한 제사상. 남인석씨 제공
 
‘이태원 참사’ 직후 사고 현장 골목에서 손수 만든 제사상을 차려 수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한 80대 상인이 “이제 그들을 떠나보내겠노라”며 다시 제사상을 올렸다. 그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지만, 트라우마와 지원책 부족 등으로 쉽지 않은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49재를 맞은 지난 16일 참사 현장 골목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이던 남인석(80)씨는 “오늘 새벽 2시, 아무도 없던 시간 골목에서 홀로 49재를 치렀다”며 이같이 말했다.

남씨는 지난 10월29일 참사 직후 골목에 홀로 남아 경찰의 제재에도 희생자들에게 제사상을 차려 올린 이다. 만류에 나선 경찰도 결국 남씨의 어깨를 다독이며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이날 다시 한번 홀로 제사상을 마련했다. 남씨는 “사람들이 몰렸을 때는 위험할 수도 있고, 제대로 추모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아무도 없는 새벽 시간대에 제를 올렸다”며 “멀리 전남에서 한 할머니가 직접 작성한 축문을 보내와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희생자 모두 좋은 곳으로 고통 없이 떠났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부족하지만 밥이라도 한 끼 하고 떠나라고 제사를 지내게 됐다”고 했다.

그가 차린 제사상에는 따뜻한 밥과 국, 시원한 막걸리 한 병 등이 놓였다.

49일 동안 참사 현장인 ‘추모의 벽’ 앞 ‘골목 지킴이’였던 그는 이제는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싶다고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이태원 골목에서 30년 넘게 장사를 한 남씨는 눈앞에서 참사를 직접 목격한 후 새벽까지도 가게 불을 못 끄고 있다고 한다.

남씨는 “아직도 ‘살려달라’는 비명이 귓가에 울리고 참사 현장이 불쑥불쑥 떠올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다”며 “순간순간 가슴이 턱 막히는 증상도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29일 참사 직후 남인석씨가 사고 현장에서 경찰의 제재에도 제사상을 차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MBC ‘PD수첩’ 갈무리
 
그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다”며 “이태원 상권도 죽어 생계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남씨에 따르면 참사를 직접 목격한 상인들 다수가 49일이 지난 이날까지도 트라우마를 호소하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나 복잡한 기준과 광범위한 지원 대상 탓에 정작 필요한 상인들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도 했다.

남씨는 “용산구 전체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직접 참사를 겪은 이 골목 상인들이 핀셋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결손액’에 따라 지원을 해준다는 데 이 골목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원래 매출이 나오지 않는 골목이어서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는 재난대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용산구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른 소상공인 특별지원방안을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태원 참사 후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 매출과 유동 인구 감소가 확인된 데 따른 조치다.

지원안을 보면 매출 손실 형태로 소상공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재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확인증 발급 시 통상과 달리 영업결손액을 피해 금액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역 신용보증재단에 보증서를 신청해 발급받으면 시중은행을 통해 대출 받을 수 있다.

이 기준을 두고 남씨는 “결국 이 골목과 멀리 떨어진, 원래 매출이 잘 나왔던 상인들만 혜택을 더 받는 상황이 된 것”이라며 “매출이 0원에 가까웠던 우리는 대출을 많이 받지도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진심을 다해 그들을 위로하며 보내줬다”며 “이제 산 사람은 살아야 할 텐데 현실이 녹록지 않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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