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준 예상 밖 '매파적' 정책 방향…전문가들 "내년 연말까지 5.0% 동결"
김지나 연구위원 "금융 시장, 연준 속도 조절 시그널과 피봇 혼동" 지적
파월 의장 매파적 발언에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예상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대한 '피봇'(Pivot: 정책 변환)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장의 기대는 무너졌다. 앞서 금융시장은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두 달 연속 예상치보다 하향된 수준을 나타내면서 완화적인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히 높았다.
그러나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내년 최종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치인 5.0%보다 더 높은 5.1%대를 제시했다. 이는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금융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가 5.0%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이 기대하는 금리 인하 시기가 내년 중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의견을 내놨다.
◆ 정책금리 인상은 시장 예상 부합, 내년 방향은 예상 밖 "매파"
국제금융센터와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과 14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금리 목표를 0.50%포인트 높인 4.25~4.50%로 결정했다.
이로써 연준은 4번 연속 단행한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 기조에서 벗어나 속도조절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올해 마지막 회의였던 이번 FOMC에서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그렇기에 내년 통화정책의 방향에 대한 시그널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전날 발표된 미국 11월 소비자물가(CPI)의 월간 상승률이 0.1%를 기록하면서 전월(0.4%) 및 예상치(0.3%)를 하회해 연준의 빠른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반응이었고, 이에 따라 빠르면 내년 2월 FOMC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인상 중단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11월 소비자물가 발표 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월 CPI 상승률은 예상치를 하회했고, 근원 CPI의 월간 상승률도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주목할 항목은 주거비 중 임대료로 물가항목에 늦게 반영되는 특징을 감안하면 향후 하락세 지속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공급망 문제 완화, 소비수요 감소, 소매업체의 높은 재고 수준 등은 상품 가격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한다"며 "인건비 상승이 서비스 가격 상승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인플레이션 압력은 전반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의 기대 심리는 하루 만에 무너졌다.
연준의 이번 FOMC 이후 성명서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상방 압력이 다소 완화됐다'는 문구 외에 지난 11월과 달라진 내용이 없었다. 또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오히려 긴축의지를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그 동안 신속하게 긴축적인 조치들을 취했으나, 그에 따른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금리인상 종료에 아직 근접하지 않았으며, 가야 할 길이 상당히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와 경제지표 전망 등은 연준이 아직 의미 있는 수준의 통화정책 전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점도표는 내년 9월 3.875%에서 12월 4.124, 2025년은 9월 2.875%에서 12월 3.125%로 모두 0.2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해석해보면 내년 최종금리는 시장예상인 5.00%보다 높은 5.25%, 2024년 인하폭은 기존 0.75%포인트에서 1.00%포인트로 확대됐고, 2025년 인하폭도 1.00%포인트로 제시됐다.
FOMC 발표 이후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었다는 확신은 시기상조라고 평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 통계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시장의 예상보다 하향추세를 보였지만, 일부 지표에서 물가 오름세가 진정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편"이라며 "우선 에너지 가격 등은 이전 높은 수준이 낮아지는 과정의 기저효과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상품가격과 달리 서비스 가격은 상승 압력이 존재한다"며 "전미자영업연맹(NFIB)은 제품가격이 연초 만큼 빠르게 오르고 있지 않지만 지속적으로 가격상승 압력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요소로 인해 향후 물가 향방을 가늠하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년 2월과 3월 각각 0.25%포인트 올리는 것에 그칠 것으로 전망해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로 내년 2월 또 다시 빅스텝에 나서거나 5월 FOMC에서 추가로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바뀌었다.
◆ 시장전문가들 최종금리 5.0% 수준 예상, 이후 내년 연말까지 동결 전망
국내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FOMC 회의가 매파적 기조를 유지했다고 평하면서도 기존 시장 예상치인 터미널레이트(terminal rate: 최종금리) 5.0% 전망은 계속 유지했다. 다만, 내년 연말까지 동결 기조가 유지되면서 시장이 바라는 금리 인하는 이뤄지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이번 0.50%포인트 인상은 사전적인 예상을 충족하는 행보"라며 "금융시장은 오히려 이후 전개될 기준금리 결정 일정, 특히 향후 금리 인상이 얼마나 더 추가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은 내년과 내후년 기준금리 전망(중위값 기준)을 종전 4.6%, 3.9%에서 5.1%, 4.1%로 상향했다"며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2023년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인상 사이클 상의 최종 금리 수준 역시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또한 "점도표 상으로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위원들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공 연구위원은 "통화당국의 행보가 여전히 높은 물가에 대응하는데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지속될 수 있다"며 "인하 역시 2023년 연내에는 쉽지 않다는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1분기 중 연준의 기준금리가 5.0%에서 내년 연말까지 그 수준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즉, 내년 2번의 베이비스텝 행보 이후 인상 기조는 일단 종료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 역시 이와 비슷한 예상을 내놨다.
박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 상향은 금융시장 예상 수준을 벗어나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미국 주가는 점도표 상향 조정으로 하락했으나 10년 국채 금리와 달러화 지수는 하락했다는 점은 12월 FOMC 회의 결과가 기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내년 금리인상 사이클에 대해서는 "피봇은 계속된다. 금리인상 속도 조절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2월과 3월 금리인상 폭은 각각 0.25%포인트 수준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2월 FOMC 회의에서 빅스텝 보다 베이비스텝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종 금리 수준은 5.00%를 예상한다"면서 "점도표상 내년 정책금리 중간값이 5.1%임을 고려하면 5월 FOMC 회의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잠재해 있지만, 당사는 물가상승률이 내년 초부터 뚜렷하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2차례 베이비스텝 이후 금리인상 사이클이 일단 종료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11월 CPI 지표에서 보듯 우려되던 서비스물가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황에서 임대료 등의 상승폭 둔화로 내년 초부터 물가압력이 눈에 띄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위원과 강승권 NH투자증권 연구위원 등 대부분의 연구위원들도 보고서를 통해 비슷한 의견들을 내놨다. 내년 최종금리가 5.00%까지 오른 후, 연말까지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된 의견이었다.
◆ 김지나 연구위원 '과도한 피봇 기대감'에 일침…"연준 매파적 스탠스 지속"
반면에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시장의 과도한 피봇 기대 등에 대해 지적하면서, 내년 2월 FOMC가 빅스텝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위원은 "12월 FOMC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며 속도조절을 현실화했다"며 "이번 연준의 결정은 만장일치였고, 인상의 근거는 인플레이션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은 당사 예상대로 매파적이었다"며 "2024년 최종 기준금리를 상단 기준 4.75%에서 5.25%로 0.50%포인트 상향했고, 점도표에서는 5.50% 이상의 의견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파월의 기자회견을 10가지로 요약했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인상을 지속하고 △11월 인플레 완화는 환영하나 상방 위험은 여전하고 인플레이션 진전이 느려 더 높은 금리가 오래 유지될 것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훨씬 더 많은 증거 필요 △인플레가 확실히 내려갈 때까지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 △다음 전망에서 최종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확실할 수 없어 △인플레 목표 변경은 생각하지 않아 △2월 금리 결정은 데이터에 따를 것 △노동시장은 여전히 매우 과열 중 △성장 추세보다 낮지만 침체로 볼 수 없어 △고통 없이 물가 안정을 회복할 방법이 없음 등이다.
김 연구위원은 "연준은 시장의 피봇 기대가 과하게 번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면서 "정책 효과를 지키기 위해서는 적절한 선반영과 시차가 필요한데, 최근 시장은 연준의 속도 조절 시그널을 피봇과 혼동하면서 환호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긴축의 근본적인 원인인 고물가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며 "미국 CPI가 2개월 연속 예상치를 하회했지만, 그 이전에는 줄곧 예상치를 상회해왔고, 절대적인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시장 친화적인 연준을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월 의장 역시 물가 둔화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목표와 괴리가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물가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희소식이고, 추가로 떨어지는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연준의 제도적인 제약조건이 금리 인하를 막고 있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연간전망에서 언급했듯이, 연준은 코로나19 기간 물가목표제를 타기팅에서 기간 평균으로 변경했고, 이것이 생각보다 오래 연준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기간 평균 2%라는 물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작년과 올해의 고물가로 인해 내년 물가는 생각보다 많이 낮아야 한다"며 "2023년 내내 전월비 평균 0.0~0.1% 증가율을 기록한다면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한 수준에 근접할 순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과열된 고용시장과 높은 임금 상승률이 진정되는 시차를 고려했을 때, 1년 내내 월간으로 물가가 거의 상승하지 않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은 현 제도 하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를 인식, 파월 의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인플레 목표 변경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고 강조했다.
◆ 연준 기준금리 인상, 국내 통화 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
이번 FOMC의 결정이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10월 외환시장 불안까지 미국 통화정책 민감도가 높게 작용했으나 11월 이후 여건이 크게 달라졌다"며 "국내는 여전히 자금시장 이슈와 최근 급랭 중인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대비하기 위한 정책대응의 신중성이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를 감안해 우리는 내년 1월 3.50%까지 국내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이번 인상 국면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내 통화정책도 연준과 마찬가지로 시장 기대 통제 등을 감안하면 1월 동결하기보다는 인상 이후 숨 고르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또 "연말 자금수요 여건과 내년 연초까지 추가정보를 확인한 이후 1월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대한 예상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포츠한국 홍성완 기자 seongwan626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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