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이성민 사후, 시나브로 변해버린 송중기만 남았다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12. 18.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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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나한테 순양 물려주겠다는 거 거짓말이었나? 거짓말이 아니면 왜 유언장을 고쳤을까요? 할아버지 당신한테 난 누구였을까요? 지옥 끝까지 따라가서라도 그 대답을 듣고 싶은 건 나라구요!”

17일 방영된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13회에서 진양철(이성민 분)의 유언 공개후 “가장 총애하는 막내 손자에게 한 푼도 안물려주는 게 말이 돼?”라 묻는 오세현(박혁권 분)에게 감정을 폭발시키며 드러낸 진도준(송중기 분)의 속내다.

이게 참 뜻밖이다. 새서울타운 프로젝트로 정면 충돌했던 진양철과 진도준이다. 당시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의 대주주로 진양철 앞에 나선 진도준은 “순양, 제가 사려구요.”라고 선전포고를 했었다. 이에 대해 진양철은 “내는, 자식이건 친구건 내를 거스리는 놈을 용납한 적이 없다!”고 공언했다. 조-손간 열전의 시작이었다.

물론 진도준만의 전쟁은 진작 시작됐다. 진도준의 거죽을 쓰고 회귀한 윤현우의 영혼이 그토록 되돌리고 싶었던 것은 어머니(서정연 분)의 죽음이었다. 그 발단였던 정리해고가 전제된 아진자동차의 합병을 미라클을 이용해 고용승계로 바꾸었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재현됐다. 이번엔 어머니가 빚내서까지 투자한 순양생활과학의 비도덕적 청산 때문이었다.

당시 진도준은 “니가 와 서민들을 신경 쓰노?”란 진양철의 말에 진씨일가의 부도덕을 상대로 한 전쟁을 결심했었다.

직후 순양을 놓고 겨루는 이들 조-손의 쟁투는 심각했다. 진양철은 순양의 총력을 기울여 디지털미디어센터 입주 예정기업들을 주저앉혔고 이에 진도준은 진양철의 라이벌 대영 주영일(이병준 분) 회장을 끌어들여 그 공백을 메웠다.

당시 주영일은 진양철을 비웃으며 “50년전 인천 정미소 배달꾼 진양철을 똑 닮았다.”고 진도준을 평했다. “내한테는 돈이 정도다.”라 했던 진양철이다. “장사꾼이 이문 앞에서 부모형제·삼강오륜 다 따지가 우예 돈을 벌겠노?”라 했던 진양철이다. 라이벌 주영일의 진도준 평가는 진양철의 초심을 일깨웠다.

자신이 주장했던 ‘장자승계원칙’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 지를 깨달았다. 그저 자기 대신 옥살이한 탓에 다리가 손상된 큰아들 진영기(윤제문 분)에 대한 미안함이 강요한 선택일 뿐이었다. ‘돈이 정도’인 한, 장자승계원칙은 포기해야 마땅했다. 그 포기 선언으로 진양철의 자식들은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직후 진도준의 행보는 보다 공격적으로 빨라졌다. 기억 속 뉴데이터테크놀로지 주가의 급등락을 이용해 고모 진화영(김신록 분)의 백화점을 빼앗고 9.11 테러를 활용해 둘째 큰아버지 진동기(조한철 분)의 순양증권도 앗아온다.

이미 새서울 프로젝트를 통해 실망한 장손 진성준(김남희 분)에 이어 자식들마저 진도준 앞에 무릎 꿇는 모양새를 보며 진도준에 대한 진양철의 시선은 따뜻해져만 간다.

그리고 진도준의 변화. 진도준에게 진양철은 돈만 아는 고약한 늙은이였다. 사람을 보기 보다는 돈으로 주인과 마름과 아랫것들을 줄 세우는 배금주의자이자 계급주의자였다.

하지만 그 통찰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굴뚝산업의 종언을 고하고 앞으로의 먹거리가 금융에 있음을 깨닫는 선견지명은 역사를 아는 진도준으로서도 감명받을 일이었다.

그래서 진양철이 순양금융그룹을 만들고 그 대표자리를 진도준에게 준달 때 순양이란 부도덕한 기업을 사들여 해체하겠다는 초심을 접고 넘겨받는 쪽으로 공감을 하게 됐다.

그러다 같이 생사의 고비도 넘겼다. 자신이 죽을뻔한 그 사고조차 순양자동차의 안전성 홍보기회로 삼는 진양철의 기업인 마인드는 진도준 가슴에 감동도 불러왔다.

자식들이 앞장서고 모든 이들이 순양자동차의 부실을 성토할 때, 그래서 진양철이 “자동차가 전자고, 순양의 미래라 카는 내 비전을 왜 망상이라 카지? 승산있다는 내 믿음을 독단이라 카고, 포기 못하는 내 진심을 아집이라 카지?”라며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였을 때 그를 응원해주고 싶었다.

그리하여 “신차 아폴로에 대한 모든 권한을 준다면 누구도 할아버지의 진심을 망상이라고, 독단이라고, 아집이라고 말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공언을 하고 만다. 진도준의 진양철에 동화된 모습이다.

그럼에도 진양철은 진도준의 무탈한 순양금융그룹 대표 취임을 위해 순양자동차를 매각하려 했다. 진양철의 진도준에 동화된 모습이다.

진양철은 “순양자동차는 결국 진양철 회장의 과오로 세상에 기억되겠네요.”라 아쉬워하는 진도준을 보며 “도준이 절마 눈에는 내가 불쌍해 보이는 기다. 우리집 그 많은 아들 중에 내를 생각하는 아는 도준이 뿐이다.”며 진도준의 매각유보 요청을 받아들이고 유언장을 고치게 된다.

그리고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알고있던 진도준은 그 사실을 마케팅에 활용, ‘최단 기간, 최다 판매’란 기네스 기록을 달성한다.

하지만 월드컵 4강 진출을 앞두고 진양철은 쓰러지고 공개된 유언장 속 진도준의 몫은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 원망에도 불구하고 진도준은 한국 월드컵대표의 4강 진출 소식을 진양철에게 전했고 그 소식을 듣고서야 진양철은 숨을 거둔다.

진양철 사후, 진도준을 찾은 아버지 진윤기(김영재 분)는 진양철의 유언이 인지능력 상실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을 증명하기 위해 병실 CCTV를 공개하고 유류분 청구소송을 제기하자고 설득하지만 진도준은 오히려 “할아버지의 치부를 드러낼 수 없다”며 영상 삭제를 지시한다. 진양철의 고약했던 손자 진도준이 진씨 집안서 죽은 진양철을 위하는 유일한 자손이 된 모양새다.

진양철과 진도준은 상극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로를 인정했고 서로에게 동화됐다. 사망한 진양철은 문제없다. 이같은 동화가 남기는 문제는 오롯이 진도준의 몫으로 남았다.

14화 예고에서 서민영(신현빈 분)은 예견했다. “너, 더 나빠질거야. 그 자릴 지키고 싶어질테니까.”

과연 진양철은 진도준이란 이름을 지닌 또 한명의 진양철을 세상에 남기고 간 것일까? 윤현우의 영혼은 진도준의 허울 속에서 그 초심을 지켜갈 수 있을까? 아니면 진양철과의 동화를 통해 더 이상 윤현우의 영혼이 아닌 이전 생에 없던 순양 3세 진도준으로 거듭날까? ‘재벌집 막내아들’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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