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문재인 정부 지우기’···민주당은 “서민 피해·세계 흐름 역행”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첫해 말에 각종 ‘개혁’을 국정과제로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이 반발하며 신·구 권력과 여야 간 갈등이 도드라지고 있다. 현 정부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지만 민주당이 의석 과반을 점유한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 여야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최근 내건 각종 개혁은 전 정부의 정책을 겨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해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골자로 한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또 주 최대 69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자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 권고안’에 대해 “근로시간 제도의 유연성과 탄력성을 높이겠다”며 정부 입장의 토대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주 52시간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지난 정부 때 입법화됐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14일 경북 울진 신한울 원자력발전 1호기 준공 기념행사 축사를 통해 “지난 정권에서 무리하게 추진한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 정책을 정상화했다”며 ‘탈원전 정책 백지화’를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일제히 비판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우리의 건강보험 보장율은 65.3%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7%보다 한참 낮다”며 “문재인 케어 폐지를 운운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각자도생을 강요하고 의료비 폭탄을 안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주 52시간제를 부분적으로 정착시켜 연 2000시간이 넘는 노동 시간을 1900시간대까지 낮췄는데 여전히 OECD 평균은 1600시간대, 프랑스는 1400시간, 독일은 1300시간대”라며 “다시 과거로 되돌리면 노동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더 심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라고 말했다.
위성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5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그 많은 원전과 폐기물처리 시설을 어디에 짓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며 “돌이킬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비전도 없고 오로지 원전만을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지적은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만 골몰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무관심한 점을 비판하고 있다. 건강보험 무임승차와 지출 부담을 개혁한다는 명분으로 결과적으로 서민 의료비 부담이 늘고,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조하다가 노동자 과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강화도 원전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해묵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제시없이 무분별하게 추진한다고 보고 있다.
노동시간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 친원전 등 정부의 개혁 방향이 전반적인 국제적 흐름과 맞지 않다는 주장도 민주당의 비판 논거이다.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하 추진을 ‘초부자용’으로 규정하며 미국 등의 법인세 증세 기조를 예로 들며 비판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를, 민주당은 저지를 각각 예고하고 있어 대립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 최대 69시간제는 근로기준법, 건강보험 개혁은 건강보험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입법을 저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서 민주당이 ‘친원전’ 예산으로 평가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예산 삭감을 시도한 것처럼 ‘윤석열표’ 개혁 관련 예산 처리를 두고 진통을 겪을 수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로 가능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 축소나 정부 기관을 통해 결정되는 원전 수명 연장 및 가동 등은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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