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참배에 김정은 첫 불참... 혁명 성지 삼지연서 신년 구상하나

정준기 2022. 12.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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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라졌다.

유력한 장소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활동 무대이자 김정일 위원장 출생지로 선전하는 백두산 자락의 삼지연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삼지연에서 연말 성과를 과시하거나 '대미 장기전', '내년 전략무기 개발' 등 심오한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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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주기에 김정은 화환만… 측근도 불참
중대 결정마다 찾은 삼지연 방문 등 관측
18일 노동신문이 전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11주기를 맞아 노동당 중앙위원회 등 간부들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 위원장을 추모했다고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사라졌다. 17일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1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참배하는 자리에 아들은 없었다. 2011년 사망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신년을 앞두고 모종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8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무력기관 간부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김정일 위원장을 추모했다. 통신은 "김정은 동지의 존함을 모신 꽃바구니가 진정돼 있었다"고 전했을 뿐, 그의 참석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공개된 사진엔 김 위원장 외에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여정 당 부부장 등 최측근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 불참은 전례가 없다. 그는 2011년 12월 17일 부친 사망 이후 1~10주기에 모두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 3주기와 5주기, 10주기 때는 대규모 중앙추모대회를 열기도 했다. 핵심 간부들이 함께 빠진 점, 이틀 전인 15일 김 위원장이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고체연료 시험 현장을 참관한 것에 비춰 김 위원장 건강 문제나 내부 권력 변동 같은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대신 기일 추모 행사보다 중요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유력한 장소는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활동 무대이자 김정일 위원장 출생지로 선전하는 백두산 자락의 삼지연이다. 김 위원장은 2019년 12월 삼지연군을 시로 승격시키고 건설사업 등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중대 결정을 앞두고 삼지연에 들르곤 했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 처형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및 3차 남북 정상회담 전후로 삼지연을 찾았다.

이번에도 삼지연을 방문했다면 내년 1월 1일 신년 구상 발표에 앞서 숙고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삼지연에서 연말 성과를 과시하거나 '대미 장기전', '내년 전략무기 개발' 등 심오한 구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하는 상황에서 핵을 보유한 전략국가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북한의 내년 주요 목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연말 무기개발, 무력시위와의 관련성을 거론한다. 북한은 이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쐈는데 발사 장소가 서해 동창리다. 사흘 전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시험한 곳과 같다. 다만 북한 주장대로라면 당시 엔진은 사거리 1만㎞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해당하는 것이라 이날 발사한 미사일 비행거리(500㎞)와는 큰 차이가 있다.

어느 경우든 11년 만에 참배에 불참한 건 김정은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징후로 볼 만한 여지가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 불참은 (아들의) 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결정의 배경으로 '부친의 후광에서 완전히 벗어나려 하는 것 아닌가'라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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