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생로랑이 헤드셋 개발? 신기술에 뛰어든 명품 브랜드들
명품 브랜드 입생로랑은 내년부터 화장품 매장에 자체 개발한 헤드셋을 도입한다. 헤드셋을 끼고 향수 냄새를 맡으면 뇌의 어느 부분이 반응하는지 알 수 있다. 이 반응에 따라 고객이 어떤 향기에 기분이 좋아지는지 분석해 취향에 맞는 향수를 추천하거나 아예 맞춤형 향수를 제작할 수 있다. 입생로랑은 헤드셋 개발을 위해 신경과학 연구팀을 만들었고, 스타트업 ‘이모티브’와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맺었다. 헤드셋을 통해 얻은 뇌 정보를 분석하는 데는 AI(인공지능)가 동원됐다.
명품 브랜드도 신기술 없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75개 명품을 조사했는데 브랜드당 평균 2.3개의 최신 기술을 적용하거나 개발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신 기술은 인공지능, 신경과학, 생명과학, 증강현실(AR), 블록체인과 같이 IT 기업들이 공을 들이는 분야다. 이런 기술을 통해 동물 학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가죽·모피를 대체할 신소재를 개발하고, 가짜 명품 유통을 막고 있다.
◇명품서 신경과학 연구?
지난 10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모델 벨라 하디드가 속옷 한 장만 입고 패션쇼에 등장했다. 분사기를 든 사람들이 하디드의 몸에 액체를 뿌리자 몸에 닿은 액체는 얇은 천으로 변해 한 벌의 원피스로 완성됐다. 스페인 출신 마넬 토레스 박사의 실험실에서 개발된 ‘패브리칸’은 분사기 안에서는 액체 상태를 유지했다가 몸에 닿는 순간 섬유로 바뀌는 신소재다. 손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었다면 한 달 넘게 걸리는 드레스 제작이 10분 만에 끝났다. 이 원단은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란 평가도 받았다.
명품들이 기술 기업과 손을 잡거나 직접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은 제품 제작 시간과 돈을 절약하고,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 디지털 친화적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관심이 많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명품 시장 주고객으로 떠오르면서 이들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서 제품이나 마케팅에 신기술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동물 가죽 소비를 반대하는 MZ세대가 늘자 가죽 제품으로 유명한 에르메스가 버섯으로 만든 가죽 가방을 선보인 게 대표 사례다.
◇기술 투자 위한 투자사까지
대부분 명품은 스타트업이나 기존 기술 기업과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업체는 아예 사내 벤처나 벤처캐피털을 세워 직접 필요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루이비통, 티파니, 모엣 샹동을 소유한 세계 최대 명품 회사 LVMH는 기술 투자를 위한 투자사 ‘LVMH 럭셔리 벤처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투자사가 최근 투자한 회사는 양식 다이아몬드(랩 그로운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스타트업 ‘루식스(Lusix)’다. 양식 다이아몬드는 작은 천연 다이아몬드를 씨앗 삼아 실험실에서 몸집을 키워내는 합성 다이아몬드다. LVMH는 루식스에 투자하면서 앞으로 기존 천연 다이아몬드보다 저렴하고 생산이 빠른 양식 다이아몬드를 통해 재료를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천연 다이아몬드 채굴보다 친환경적·윤리적이기 때문에 MZ세대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LVMH는 이미 올 초 공개한 태그호이어의 최신 시계에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 11캐럿을 썼다.
블록체인은 ‘가짜와 전쟁’을 하는 명품 브랜드가 적극적으로 상용화를 추진해온 신기술이다. 경쟁 관계인 프라다, 카르티에, LVMH는 지난해 ‘아우라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설립했다. 이 컨소시엄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명품 제품에 일종의 디지털 보증서를 제공한다. 보증서엔 해당 상품이 언제 어디서 제조됐고,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제품 정보를 담고 있어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보증서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메이커 벤츠도 이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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