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엔 나도 ‘갓생’ 가능? 새벽 기상 못하면 ‘돈’ 못받는 앱 있다
습관 형성·목표 실천 돕는 앱 ‘챌린저스’
같은 목표 아래 예치금 걸고 달성률 따라 나눠가져
<한겨레> 스타트업 담당 기자 휴대전화엔 어떤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깔려 있을까요? 넘쳐나는 스타트업 서비스, 기자가 직접 돈과 시간을 들여 써 본 뒤 일상에서 ‘쭉’ 함께 하게 된 것들만 골라 소개합니다. 월 1~2개를 벤처캐피털 심사역들의 평가와 전망 등을 곁들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이런 서비스도 한번 써봐 주세요’ 제보도 환영합니다.
매년 12월은 결심의 달이다. 그해 1월 세운 한 해 목표 가운데 몇 가지를 이루고 몇 가지를 실패했든, 돌아올 새해에 도전할 목표를 새로 세우기에 이만 한 때가 없다. 2023년엔 작심삼일을 피해 ‘갓생 살기’(god+인생,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효율적으로 생활하기)를 이루고 싶다면 써볼 만한 앱이 있다. 습관 형성과 목표 실천을 돕는 앱 ‘챌린저스’다.
이 앱의 콘셉트는 간단하다. 일정 기간 동안 같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이용자가 모여 1만원 이상, 20만원 미만을 제각기 예치금으로 건다. 목표를 85% 넘게 달성하면 예치한 금액 100%를, 85% 미만 달성하면 성공률만큼 환급받는다. 달성률 미달로 돈을 일부만 돌려받는 이들의 예치금은 달성률 100%를 올린 이들이 상금처럼 추가로 나눠 갖는다.
기자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주간 ‘평일 오전 5시반에 일어나기’, ‘하루에 외국어 5문장 손으로 적기’, ‘일주일에 2회 이상 5㎞ 달리기’ 등 세 챌린지에 도전해 봤다. ‘규칙적인 생활’, ‘취미’, ‘운동’ 등 카테고리를 최대한 고르게 안배했다. 각 챌린지에 건 예치금은 1만원. “돈을 걸면 무조건 하게 됩니다”라는 문구에 ‘이번엔 나도 새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가슴이 뛰었다.
챌린지 첫 날 이른 5시반, 미리 설정해 둔 알람이 울렸다. 이전같으면 다시 이불을 뒤집어썼을 텐데 ‘고작 1만원뿐이지만 돌려받지 못하면 얼마나 아까울까’ 하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했다. 앱을 열고 수도꼭지를 틀어 손을 씻는 모습을 인증했다. 둘째, 셋째 날도 수월했지만 넷째 날이 고비였다. 전날 일을 일찍 마치지 못해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노트북을 덮은 탓에 인증 시간이 한참 지나고서야 눈을 떴다. 한 번 실패하고 나니 닷새, 엿새 째에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최종 성공률은 70%, 1만원 중 7천원만 돌려받게 됐다. 5㎞ 달리기 챌린지도 2주간 총 4회 중 3회(75%)만 성공해 7500원을 돌려받았다. 세 챌린지 중 외국어 5문장 쓰기만 100%를 겨우 달성했지만, 성공률이 85%에 못 미치는 이가 거의 없어 나눠 가질 상금도 0원에 가까웠다. “어려운 챌린지일수록 상금이 커진다”는 ‘자주 묻는 질문’ 속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환급금은 바로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앱 내 상점 ‘챌스토어’에서 쓸 수 있다. 챌스토어에선 다이어트 식단과 영양제처럼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상품들을 판매한다. ‘혈압 조절’, ‘수면 질 개선’, ‘스트레스 완화’등 목적에 따라 필터를 고르면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 준다. 챌스토어에서 산 상품을 꾸준히 이용하도록 돕는 챌린지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증정하는 브랜드도 여럿이다.
이 앱은 최근 엠제트(MZ) 세대 사이 ‘갓생 살기’ 유행과 맞물려 15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모았다. 헬스케어, 학습, 스포츠 등 각 분야 브랜드들이 직접 나서 챌린지를 개설해 제품과 서비스를 홍보하는 통로로 삼는다. 최근 유료 구독 서비스 ‘더중앙 플러스’를 출시한 <중앙일보>는 이 앱에 ‘매일 10분 트렌드 뉴스 읽기’ 챌린지를 열었다. 참가자 전원에게 1개월 무료 구독권을 증정하고, 85% 이상 달성한 이에겐 구독 기간을 1개월 연장해 준다.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돕거나 이에스지(ESG,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필요한 실천을 이끌어내려 이 앱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챌린저스는 기업들의 챌린지 개설·운영을 돕는 대가로 초기 구축 비용과 인원수별 참가비를 거둔다. 챌린저스에 초기 투자한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의 정인혜 매니저는 “엠제트 세대의 퇴사율이 증가하고 조직문화 중요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임직원들의 습관 형성을 돕는 것까지 사내 복지의 일환으로 여기는 추세 ”라고 설명했다 .
디비(DB)손해보험은 ‘밥 먹듯’ 야근하는 문화를 개선하려 이 앱을 활용했다. 회사가 연 ‘3주간 주4회 8시 이전 귀가하기’ 챌린지에 임직원 9천여명이 참여해 88%의 달성률을 올렸다. 포스코의 ‘7주간 주3회 텀블러 사용하기’ 챌린지에는 임직원 2만4천여명이 참여해 일회용 컵 9만5천여개를 절약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각지에 흩어진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경 캠페인을 진행하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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