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3년 만의 대우조선 인수 재도전 성공..과제는

박민 2022. 12. 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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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 남아
“내년 상반기 중 인수 최종 완료 예정”
대우조선 재무 건전성·체질개선 과제로
경영진 전면 교체 및 사업 재편 나설 듯

[이데일리 박민 기자] 한화(000880)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9부 능선으로 꼽는 ‘본계약’ 체결까지 마치면서 13년 만의 인수 재도전 성공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해양 방산에 강점을 가진 대우조선을 품어 육·해·공을 아우르는 ‘글로벌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한화그룹은 인수를 완주하기까지 국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아울러 수년째 적자상태를 이어오고 있는 대우조선이 ‘독이 든 성배’가 되지 않도록 부실한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경영진 교체와 사업 재편 등 체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심사 넘어야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대우조선과 2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내용의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하면서 인수를 확정 지었다. 지난 9월 인수 계획을 밝힌 지 3개월 만이자 2008년 한화가 첫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이듬해 자금조달 문제와 노조 반발 등으로 좌절된 지 13년 만이다. 지난 2000년 대우그룹 해체와 함께 20년 넘게 채권단 관리를 받아오며 ‘주인 없는 회사’라는 설움을 받아온 대우조선도 마침내 새 주인을 맞게 됐다.

다만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최종적으로 품기까지 넘어야 할 산과 과제도 여럿이다. 우선 정부의 방산(방위산업)업체 매매승인을 비롯해 국내외 경쟁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게 급선무다. 조선사 수주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닌 해외 계약이기 때문에 해외 관련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합병할 수 있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국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는 조선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아 몇 년 전 현대중공업과의 합병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독과점’ 이슈도 발생하지 않아 심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국내외 인허가 취득에 통상 3개월 이상이 소요될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허가 절차 이후 한화그룹은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 지분 매입을 통해 경영권과 최대주주자격(지분 49.3%)을 확보하면서 매각은 종결된다.

무엇보다 한 몸이 될 대우조선의 부실한 재무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체질 개선’도 중차대한 과제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조754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이익잉여금을 모두 까먹고 결손금을 약 1조원 가까이 쌓았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조197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 지표인 부채비율(부채총계/자본총계)은 3분기 연결기준 1291%에 달한다. 즉, 부채가 자본보다 12배 많은 상태로 타인 자본 의존도가 심각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은 선박 건조작업 초기에 발주처로부터 받는 선수금이 적고 인도시점에 받는 결산금이 많은 이른바 ‘헤비테일(heavy tale)’ 방식의 수주 특성상 타 업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라며 “다만 경쟁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모두 같은 기간 부채비율이 300% 밑인 것과 비교하면, 대우조선의 재무 상태가 상당히 열악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한화그룹 사옥 전경.(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 ‘체질 개선’ 경영진 교체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의 체질 개선의 첫 수순으로 전면적인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크다. 그간 한화가 굵직한 인수합병(M&A) 뒤 자사 출신 경영진을 보내왔던 과거 사례를 비춰 보면 경영진 교체부터 사업분야 재편까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지난 16일 대우조선과 체결한 본계약에서도 ‘대우조선 등기이사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시켰다.

‘뉴 대우조선’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수장으로는 정인섭 전 한화에너지 사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 인수단 총괄을 맡고 있는 정 전 사장은 이번 인수를 위해 지난달 한화에너지 대표직도 내려놓은 바 있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의 인사·재무·홍보 등 경영지원 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한화 인력들을 대우조선에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은 불황과 호황 등의 주기를 타는 대표적인 업종인 만큼 대우조선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는 ‘사업 재편’도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미국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 발전 사업을 하고 있는 한화는 대우조선의 LNG 해상생산기술(FLNG) 기술력을 더해 LNG시장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한화의 태양광(한화솔루션)·수소혼소발전(한화임팩트) 등의 사업을 대우조선의 운송 기술력과 연계해 에너지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가치사슬)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여름 대우조선 하청지회 파업으로 노조에 470억원 손해배상소송을 건 사측과의 갈등 봉합을 비롯해 조선업계가 직면한 인력난 확충 문제도 중요 과제로 꼽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은 물론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것”이라며 “노조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고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모습.(사진=연합뉴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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