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억원 어치 주식 폭풍매수···영풍·고려아연, 주총 표대결 가나

김성은 기자 2022. 12. 1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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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 매입을 본격화했다. 약 세 달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고려아연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의 표대결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측도 연말까지 다방면으로 회사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은 현재 총 11명으로 최창근 명예회장, 최윤범 회장, 노진수 부회장, 백순흠 부사장(이상 사내이사), 장형진 영풍 회장(기타 비상무이사), 한철수 법무법인 화우 고문, 성용락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김의환 김앤장 변호사, 이민호 율촌 ESG센터장,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부 교수,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 교수(이상 사외이사) 등이다.

사내이사 중에서는 최 명예회장, 노 부회장, 백 부사장이, 사외이사 중에서는 한 고문, 김 변호사, 김보영 교수 등이 2023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뒀다. 11명의 이사들 중 과반 이상인 6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앞서 영풍 측이 고려아연 지분을 대거 사들인 것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의 이사진 교체 관련 표대결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지난 15일 공시에 따르면 영풍의 계열회사들로 파악되는 테라닉스, 코리아써키트, 에이치씨가 8월 말~12월에 여러 차례에 걸쳐 고려아연 주식 총 11만여주를 사들였다. 이들이 장내매수한 주식 수량을 15일 종가(59만1000원) 환산시 670억원이 넘는 대규모였다.(관련기사 : '아름다운 결별은 없다'···고려아연 두 창업주 일가 지분 경쟁 본격화) 앞서 지난 8월 말 코리아써키트와 에이치씨가 고려아연 주식을 사들인 규모(약 37억원 어치) 대비 월등히 컸다. 8월 당시에도 양사가 지분 경쟁 구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시각들이 있었는데 이번 대규모 지분 매입으로 이같은 관측에 힘이 더 실린 것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에 속한 계열사다. 황해도 출신의 고 장병희, 고 최기호 두 창업주가 공동으로 1949년 영풍기업사를 설립해 아연시장에 발을 디뎠고 이후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는 (주)영풍은 장 창업주 측이, 1974년 영풍의 계열로 설립돼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고려아연은 최 창업주 측이 경영을 맡았다.

경영의 주체는 나뉘어 있다고 하나 지분관계는 상호 주식을 보유하는 구조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는 영풍으로 지분율이 26.11%에 달한다. 장형진 회장도 고려아연 지분을 3.63% 들고 있어 개인으로는 최대주주다. 이에 비해 최창걸 명예회장(0.13%), 최윤범 회장(1.72%) 등 최씨 일가 측이 보유한 지분은 14%가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재계에서는 올해 8월 고려아연이 진행했던 유상증자에 한화 계열인 한화H2에너지USA가 참여, 고려아연 지분 5%를 취득한 것에서부터 두 일가 간 이견표출이 가시화됐다고 본다.

고려아연은 지난 8월 3대 신사업 투자를 위해 총 4700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업계에서는 장 회장 측이 고려아연의 신사업 확대에 반대한 것은 아니나 최 회장 측이 우호지분이라 할 수 있는 한화를 통해 고려아연 지분율을 높이는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장 회장은 올해 8월 해당 유증 안건을 다뤘던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사진이 이사회에 불참하거나 안건에 반대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 일이지만 장 회장은 지난 2020~2021년 이사회에 100% 참석해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었다. 상이한 움직임이 나와 업계 관심이 쏠렸다.

이후 (주)한화, 한화임팩트 등은 지분스왑 형태로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을 높였고 현재 한화 측의 고려아연에 대한 지분율은 8.08%까지 올라왔다. 고려아연은 이밖에 LG화학 등과도 신사업을 구상함과 동시에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을 확보 중이다.

시장에선 고려아연이 최윤범 회장의 승진으로 3세 경영 시대를 열면서 수소·전지 소재·자원순환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영풍과 계열분리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봤으나 영풍 측이 공격적으로 지분 매입에 나서면서 계열분리는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봤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장 회장과 영풍 측이 30% 넘게 지분율을 갖고 있는데 이를 팔지 않는 이상 계열분리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선 3월 주총 이사진 교체를 두고 양 측 표대결로 가는 수순이 예측되는데 이 경우 최 회장 측도 주주명부가 폐쇄되는 올 연말까지 꾸준히 지분을 더욱 늘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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