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시위’ 비판했다며 아카데미상 작품 여배우까지 체포한 이란
이란의 유명 여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가 ‘히잡 시위’에 대한 당국의 대응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체포됐다. 이란 당국은 최근 반정부 시위를 공개 지지한 유명인사들을 연이어 잡아들이며 연대 움직임을 봉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은 17일(현지시간) 알리두스티가 허위 정보를 게시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한 혐의로 이날 당국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알리두스티는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세일즈맨>에서 주인공을 맡은 유명 배우다. 그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사이드 루스타이 감독의 <레일라의 형제들>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여왔다.
알리두스티가 체포된 것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위대에 대한 당국의 사형 집행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 원인이 됐다. 그는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의 사형이 집행됐던 지난 8일 SNS에 “당신의 침묵은 억압과 독재에 대해 지지를 의미한다”며 “이란 정부의 이런 잔혹한 사형 집행에 국제단체들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인류의 수치”라고 적었다. 지난달에는 SNS에 히잡을 벗은 채 긴 머리를 늘어뜨린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며 히잡 시위에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IRNA는 이날 다른 이란 유명인사들도 자극적인 주장을 퍼뜨린 혐의로 사법부에 소환됐고 일부는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매체는 소환되거나 체포된 이들이 누구이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최근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하는 문제와 관련해 유명인사들까지 가리지 않고 체포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이란의 또 다른 유명 여배우인 헨가메 가지아니와 카타윤 리아히가 SNS에서 시위대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당국에 체포됐다. 축구선수인 보리아 가포리도 반정부 선동을 했다는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다. 이는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는 이들은 누구라도 체포될 수 있다는 당국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란 내에서는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란 인터내셔널은 이날 이란과학원의 이슬람연구그룹 회장인 아야톨라 모스타파 모하케크 다마드가 “정의에 대한 지식이 없는 개인들이 사법부에 스스로의 주장을 강요하고 있다”며 시위대에 대한 강한 처벌을 요구하는 강경파 성직자들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다마드는 이날 이란 혁명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리는 성직자 출신 판사들을 향해서도 “학문적 배경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공화국이 수립된 뒤 최소한의 교육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정치적 지명에 따라 재판관에 임명된 바 있다. 사법적 소양이 부족한 이들은 보안군의 입김에 따라 판결을 내려 문제가 되고 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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