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 왜 안오지?”...시민의 발이 ‘이것’ 때문에 묶였다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2. 12. 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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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원가 상승에 승객 30% 급감
감축 운행으로 생존 모색 나서
“주말에는 7대 중 5대만 운영”
민영제라 재정지원 어려운데
요금은 8년째 제자리걸음
서울시 마을버스의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 마을버스가 코로나로 인한 승객감소와 운송원가 상승 등으로 인한 재정난에 대폭 축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내버스와 달리 민영제로 운영되는 특성상 서울시의 재정지원이 많지 않은 데다가 요금체계도 수년째 동결해온 상황이다. ‘시민의 발’로 불리는 마을버스 운영이 줄어들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마을버스 승객수는 2억9683만명으로 집계돼 2019년(4억2701만명)보다 약 30% 줄어들었다. 서울시 마을버스는 코로나로 2020년 승객 수가 3억1162만명으로 감소한 이후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21년엔 3억명 이하로 줄어들었다.

수입금 역시 지난해 1674억원으로 집계돼 코로나 이전인 2019년 2397억원보다 약 30% 감소했다.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 확산이 작년 보다 진정됐음에도 불구하고 11월까지 승객 수가 2억7875만명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다.

승객이 감소하자 마을버스 업체들은 운행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존에 나서고 있다. 승객 수가 급감하고, 물가와 유류비 등이 상승하면서 마을버스를 운영해도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 초 마을버스 업체들은 경영악화와 폐선을 막기 위해 서울시 자치구 전체 마을버스 249개 노선 중 175개 노선(70%)에 대해 평균 17%, 최대 30%까지 운행 횟수를 줄였다. 최근 정상 수준으로 회복된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과 달리 마을버스 업체들은 지금도 감축 운행을 시행하고 있다.

마을버스 기사 이 모 씨는 “마을버스 7대를 운영하는 업체에서 승객 급감으로 6대만 돌리고 있다”며 “그마저도 승객이 한산한 주말엔 2대가 쉬면서 7대 중 5대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마을버스는 재정지원이 일부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영업”이라며 “업체 측에서 적자를 계속 보고 있으니까 손익차원에서 운행 대수를 줄인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을버스 차고지에 가면 많게는 전체 차량의 절반가량이 정차돼있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운행 감소에 따라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건 시민들이다. 전체 운행 횟수가 줄어들면서 배차간격이 늘어나 추운 날씨 속에서 마을버스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운행이 줄어든 만큼 한 버스당 승객밀집도도 커져 안전사고 위험이 덩달아 높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을버스를 관리하는 각 구청과 서울시마을버스조합 게시판 등에선 ‘마을버스를 증차해달라, 배차간격을 조정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민원에 대해 “마을버스는 대중교통환승체계 내 민영제로 운영되고 있어 근무조건과 재정지원 부분이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조례에 따라 예산 범위 내에서 재정지원하도록 돼 있어 운영 적자분에 대해 전액 보전 또는 원하는 수준의 지원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의 해명처럼 마을버스는 민영제로 준공영제인 시내버스와 달리 재정지원이 열악하다. 마을버스 재정지원기준액은 올해 대당 월 기준 약 45만원으로, 수입이 이 기준 이하인 버스에 대해서는 21만원 한도내에서 손실을 보전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마을버스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서울시 마을버스 요금은 현재 성인 기준 현금 1000원으로 2015년 인상 이후 8년째 동결돼 있다. 청소년·어린이 요금은 2007년 각각 550원·300원으로 결정된 이후 그대로다.

마을버스 기사 이 모 씨는 “대부분 손님이 지하철, 시내버스를 타는 환승손님이라 정산된 요금이 매우 적은 편”이라며 “연료비 등이 2~3년 전에 비해 거의 배가 올랐고, 각종 부품 구매 비용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시내버스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와 고된 업무 환경으로 마을버스를 찾는 사람들도 줄어들며 ‘구인난’ 상황도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구인사이트에는 마을버스 업체마다 기사를 구한다는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마을버스업계 관계자는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이 기대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일반 회사에서 정년을 마친 사람들이 일하거나 젊은 사람들이 처음 경력을 쌓으려고 온다”며 “추가근무도 줄어들면서 추가 수당 역시 감소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만 받게 되자 기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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