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소리]조희연의 자사고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1.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최초의 3선 서울시교육감이 된 조희연 교육감은 고교 선배이다. 그리고 잘 알려진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론자다. 최근 자사고와 외국어고 등에 올해에만 120억원에 달하는 ‘사회통합전형 미충원 보전금’을 주지 않아 또 구설에 올랐다.
다만 당시 중앙고를 빼고도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한대부고 등 모든 학교가 승소했다. 교육청이 임의대로 평가 기준을 바꿔놓고 뒤늦게 소급적용한 게 법원에선 위법하다고 봤다. 이 소송에서 2억원에 가까운 혈세를 써놓고도 조 교육감은 “사법(부)의 보수화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자사고 문제는 보다 근원적인 질문을 받은 상태다.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통과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됐다.
2. 다른 근원적 질문을 던져본다. 조 교육감 스스로도 인정한 ‘내로남불’이다. 자사고와 외교 모두 불평등이라면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조 교육감의 두 아들들은 모두 외고 출신이다.
그는 지난 2021년 6월29일 서울특별시의회에서 열린 제301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면서 애들(자녀들)은 외고에 보낸 걸 (남들은) ‘내로남불’이라고 하는데, 인정한다”라고 했다.
보다 먼저 논란이 됐던 이가 18대 서울시교육감인 곽노현 전 교육감이다. 그도 외고 폐지를 주장했지만 역시 아들은 외고를 나왔다. 당시 곽 전 교육감이 해명했던 “아들이 외고에 가고 싶어 했다”는 말은 믿고는 싶었다.
그러나 곽 전 교육감은 그저 시작일뿐이었다. 남의 자식은 자사고, 특목고에 보내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제 자식들은 특목고에서 교육을 받도록 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 등의 정책이 본인들에게는 교육지대계에 흠뻑 취한 ‘로맨스’겠지만 십수년째 반복되는 제 자식 챙기기를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넌덜머리나는 ‘불륜’일뿐이다.
지난 대선전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동학 최고위원으로부터 관련 지적이 나왔을 만큼 민주당의 해당 정책은 위선적이다. 이 위원은 “특수목적고를 없애자면서 자녀들은 과학고, 외고에 보냈다”라며 “위선과 내로남불의 표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사태는 민주당이 진행해온 교육 정책에 국민들이 얼마나 큰 반감을 갖고 있는지를 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4.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는 한영외고 출신으로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을 거쳐 의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물론 조씨 스스로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교수이던 두 부모의 ‘스펙 적립’ 기여가 드러나면서 대한민국을 들끓게 만들었다.
특히 장영표 단국대 교수가 조 전 수석의 딸을 논문 제1저자로 올려 주고, 조 전 장관은 장 교수의 아들에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십 확인서를 준 이른바 ‘스펙 품앗이’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교수 사회가 상부상조로 자녀들에게 만들어줄 스펙을, 제 기량만으로 넘어설 수 있는 수험생이 얼마나 될까.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서 수능 줄세우기로는 창의성 높은 인재를 뽑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목소리도 크다. 그렇다고 제 자식들에게만 특혜를 주려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교육 정책이 얼마나 범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 전 대통령의 취임사는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전술했던 인사들로부터 모두 부정당했다. 기회를 불평등하게 주었고, 과정도 불공정했다. 결과는 따로 말할 것도 없다.
조희연 교육감이 3선 서울시교육감이 됐지만 단일화를 하지 못했던 보수 진영 조전혁, 박선영, 조영달 후보의 득표수 합계가 더 많았다. 전국적으로도 2018년 14곳을 싹쓸이했던 진보 진영은 2022년에는 5곳을 보수 진영에 넘겼다. 국민의 선택을 새길 필요가 있다.
김영환 (kyh1030@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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