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는 무섭다… 가계대출 잔액 18년 만에 전년보다 줄어들 듯
작년말 709조, 올해말 693조
올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압박이 커지자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기존 대출을 서둘러 갚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15일 기준 693조6469억원으로 작년 말(709조529억원)보다 15조원 넘게 줄었다.
실수요로 볼 수 있는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은 올해도 6조3564억원 증가했지만, 신용대출이 18조2068억원이나 급감했다. 한국은행이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은행 신용대출 금리가 연초 대비 2배 가까운 연 6~7%대로 오르자 빚을 줄이기 위해 기존 대출을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신용대출 중에서도 ‘마이너스통장’ 대출 감소세가 특히 두드러진다. 11월 말 기준 5대 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3조9437억원으로 1월 말에 비해 4조9891억원이나 줄었다. 일반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0.5%포인트 더 높아 이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은 물론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까지 포함한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도 사상 처음으로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10월까지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보다 9조6812억원 감소했다. 고금리와 주식 시장 침체 여파로 가계대출 감소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출 조이기에 나섰던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도 바뀌고 있다. 그동안은 과도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은행권에 가계대출 총량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왔는데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대출이 줄고 있어 이전처럼 연간 증가율을 설정하고 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은행들에 내년도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도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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