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대신 쏟아진 폭설에 광주·전남 엉금엉금…시민들 '진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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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밀린다, 밀린다."
언덕을 오르지 못해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선 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내리지 않은 비 대신 쏟아진 눈 탓에 겨울왕국처럼 변한 세상의 모습에 어린이들은 무척 즐거워했다.
앙상한 가지 위로 주렁주렁 눈송이가 피어났고, 드넓은 논과 밭은 하얀 도화지처럼 변했지만, 농민들에게는 비 대신 내리는 반가운 눈이 예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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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어어~ 밀린다, 밀린다."
눈 쌓인 언덕길을 오르던 승용차에서 요란한 엔진 소리가 울렸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언덕길이지만 바퀴는 가득 쌓인 눈 위에서 속절없이 헛돌기만 했다.
곤경에 빠진 이 운전자를 도운 건 일면식도 없던 시민들. 인근 시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 3명이 자동차 후미로 다가오더니 차를 밀었다.
조금씩 힘을 받는 듯했던 차량은 주변 도움에도 끝내 눈길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대설특보가 발령된 18일 오전 광주·전남에 많은 눈이 쌓이면서 운전자들은 애를 먹었다.
차선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쌓인데다 노면이 미끄러워 운전자들은 거북이걸음 하듯이 길을 지났다.
언덕을 오르지 못해 비상등을 켜고 멈춰 선 차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일부 운전자들은 차량 밑에 쌓인 눈을 직접 퍼내거나 견인차를 불러 도움을 받은 뒤에서야 겨우 눈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널빤지와 빗자루를 들고나와 집 주변 눈을 치웠다.
내쉬는 가쁜 호흡은 하얀 입김으로 새어 나왔다.
눈이 치워지지 않은 보행로를 지나는 시민들은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나가야 했다.
내리지 않은 비 대신 쏟아진 눈 탓에 겨울왕국처럼 변한 세상의 모습에 어린이들은 무척 즐거워했다.
가족과 함께 공원이나 놀이터에 나와 눈사람을 만들거나 부모님이 끌어주는 눈썰매에 올라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골 마을도 새하얀 백색의 나라로 변했다.
앙상한 가지 위로 주렁주렁 눈송이가 피어났고, 드넓은 논과 밭은 하얀 도화지처럼 변했지만, 농민들에게는 비 대신 내리는 반가운 눈이 예쁘게만 보이지 않았다.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비닐하우스 곳곳이 찢겨 나가거나 무너지는 등 농가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 때문이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적설량은 전남 무안군 해제면 20.4㎝, 광주 남구 14.2㎝, 함평군 월야면 14.2㎝, 영광군 염산면 14.1㎝, 장흥군 유치면 11.8㎝, 보성군 10.9㎝ 등을 기록했다.
오후 들어 그치거나 소강상태를 보인 눈은 이날 오후 늦게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해 19일 오전까지 5∼10㎝가량 더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많은 양의 눈이 쌓인 만큼 교통안전에 유의해 달라"며 "비닐하우스 등 폭설에 따른 시설물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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