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순천만 흑두루미 6700마리는 찾았는데, 나머지는?

강한들 기자 2022. 12. 1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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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 순천만습지를 찾은 멸종 위기종인 흑두루미들이 들판에서 먹이를 찾고 있다. 순천시는 현재 매주 10t의 먹이를 제공하고 있다. 순천시 제공.

전남 순천만에 1만 마리 가까이 모였다가 대거 사라진 흑두루미의 행방이 일부 확인됐다. 6700마리 정도는 국내에 흩어져 서식하고 있고 일부는 일본으로 돌아간 것으로 추측된다.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은 겨울 철새 서식 현황 조사 결과를 18일 공개하고 “전국에 겨울 철새 101종 약 156만마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달보다 13만마리(9%) 늘어났고,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4만5000마리(3%)가 증가했다. 환경부는 지난 9일부터 3일간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순천만에서 사라졌던 흑두루미들의 행방도 확인됐다. 흑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취약종으로 분류한 희귀동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1만8000여마리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순천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순천만에서는 흑두루미 9800여마리가 관찰됐는데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에는 7600여마리, 지난 12일에는 3500마리 정도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흑두루미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 12일까지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이유로 흑두루미 전체 개체수의 7%인 1200마리 정도가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본 이즈미와 순천만에 집중돼 있는 흑두루미 무리에 AI가 더 퍼진다면, 개체군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전남 순천만을 찾은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순천시 제공.
흑두루미 6700마리는 찾아··· 남하해야 할 시기에 북상한 흑두루미도

조사 결과 흑두루미는 한국에 총 6700여마리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흑두루미는 순천만에서 4437마리 관찰됐다. 인근의 광양만·갈사만에서도 285마리가 머물고 있었다. 그간의 추측처럼 국내 곳곳에 흑두루미가 흩어져 있었다.

조사 시점이었던 12월 중순 무렵에 기온이 비교적 낮은 충남 서산 간월호 인근에 흑두루미 1055마리가 있었던 것은 의외였다. 흑두루미는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 인근과 순천만 등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월동을 해왔기 때문이다.

흑두루미가 일본 월동지를 떠나 순천만으로, 다시 순천만에서 충남까지 북상한 이유로는 ‘AI 폐사체 회피’와 ‘방역 인력으로 인한 서식지 교란’이 꼽힌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지난달 초 일본 이즈미에서 관측됐던 흑두루미 개체가 지난달 22일에는 천수만(충남 태안 인근)에서 관측됐다”며 “현장 관찰자들이 ‘AI로 사체가 발생한 지역을 흑두루미가 피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전한 것을 보면, 순천에서도 사체가 발생한 이후로 흑두루미가 그곳을 피해 간월호로 북상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허위행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장은 “장기간 일본에서도 AI로 폐사체가 발생하며 흑두루미 월동지에 방역복을 입은 분들이 왔다 갔다 했을 것”이라며 “새들이 상당히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다시 우리나라로 올라왔을 가능성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순천만에서 최대 약 1만마리에 달했던 흑두루미 중 3000여마리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 이번 환경부의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는 하천·습지 위주로 시행돼, 논 지역에 사는 흑두루미는 파악되지 않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다시 일본 월동지로 흑두루미가 이동했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일본에서는 개체 수 조사가 자주 이뤄지지 않아 검증이 힘들다. 황선미 순천시 순천만보존과 주무관은 “지난주 이즈미 크레인파크 관계자는 북상하는 개체와 남하하는 개체가 모두 보인다고 전했다”며 “일부는 일본으로 다시 내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주무관은 “흑두루미의 월동지로 기능할 수 있는 곳이 개발로 파괴되면 지금처럼 AI가 발생했을 때 멸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수십 년간 계속됐다”며 “순천을 포함한 다른 지자체에서도 겨울 철새와의 공존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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