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을 과학의 원위치로 바로 세우겠다”
“정부는 새로운 원전 정책을 위해 일할 사람을 재배치해야 한다”
(시사저널=이정희 영남본부 기자)
환경단체와 탈핵단체들은 원전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핵폭탄과 방사능 피폭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반면 원전은 산업을 고도화시킨 필수 전기에너지이기도 하다. 여기에 원전 딜레마가 있다. 강창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새울원자력본부 노조위원장은 지난 정부의 탈원전 추진에 반대해 2년 이상 직위 해제됐다. 이후 공익제보자로서 국민권익위와 법원을 통해 복직했다. 앞서 원전 비리가 한창이던 2014년 두산중공업이 신고리 3·4호기(현재 새울1·2호기)에 원전 주기기를 납품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2월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 이에 대해 강 위원장은 원전 주기기 결함을 지적해 바로잡았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위법성을 폭로했다. 이 탓에 그는 직위 해제됐다.
강 위원장은 원래 노동조합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탈원전을 추진하는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노조위원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한수원은 공기업으로서 정부 정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수원이 탈원전 정책의 선봉에 서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그 당시는 그 누구도 말 한마디 못 하는 분위기였다. 강 위원장은 정부와 경영진이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로 인해 그는 정부와 사측이 예의주시하는 인물이 됐고, 동료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부당한 처분에 대해 수십 건에 달하는 소송전을 이어왔다. 그는 소송을 아직도 진행 중이며, 소송 비용만 2억원 이상 날렸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이 12월11일 그를 만났다.
그 당시 직위 해제된 사연은.
"지난 정부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을 공약했다. 그 당시 임명된 성윤모 산업부 장관이 이를 지휘했다. 이에 2019년 12월 성 장관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산업부와 한수원은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제성을 평가했다.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할 때 이 평가에 참여한 한수원 월성 1호기 관계자로부터 경제성을 조작한 내용과 관련한 핵심 증거를 제공받았다. 2020년 1월20일 이를 근거로 산업부 공무원과 한수원 사장, 경영진, 회계법인 등 1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로 인해 정재훈 한수원 사장으로부터 2020년 2월 직위 해제 통보를 받았다. 직위 해제 근거는 회사 인사관리규정 제22조에 의거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었다."
원전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고, 국토가 좁으며, 자원이 부족하다. 또 국토 면적에 비해 인구밀집도가 높다. 원전은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 굴뚝 없고 가장 저렴하며 안전하기 때문에 기후위기 상황에서 나를 포함한 자식 세대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원전이 없으면 당장 전기에너지가 부족해 암흑시대가 된다. 원전은 산업이 고도화되는 현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에너지원이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폐기하고 재설계하라고 요구했는데.
"그렇다. 이 계획은 지난 9월 산업부가 전 정부의 국가탄소중립에 기초해 수립했다. 이는 탈원전에 초점을 두고 꿰맞춘 것이다. 탈원전 시행 전인 2015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현 정부는 하루빨리 탈원전에 의해 파괴된 백년지대계 에너지 수급체계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탈원전은 끝났다고 하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며, 이에 맞서 고쳐 나가야 한다.
7차 계획은 원전설비 비중이 피크 기여도로 2029년 기준 28.2%였는데, 10차 계획은 21.5%로 대폭 축소됐다. 이는 현 정부의 탈원전 백지화 방침과 배치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 비용은 태양광과 풍력에 비해 4배나 저렴하다. 수십조원의 보조금이 낭비되는 태양광과 풍력은 원자력에 비해 기술 개발과 연구가 더 필요한, 아직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따라서 태양광과 풍력은 가격 등 경쟁력을 갖췄을 때 그때 반영해도 늦지 않다."
방사능 등 원전 피해는 당장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탈핵단체 등의 원전 반대 사유를 알고 있나.
"원자력발전은 공공의 이익이다. 탈핵단체는 정치적으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과학적 근거 없이 원전을 반대한다. 그들은 원자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반면 원자력 전문가에게는 말도 못 한다. 원자력을 핵무기에 빗대어 괴담을 퍼뜨리고, 공포심을 유발한다. 여기서 핵무기와 핵발전이 구분돼야 한다. 핵무기는 핵분열이나 핵융합을 이용해 살상하는 무기고, 핵발전은 핵분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원전은 핵발전이다."
안전에 대한 보안 등을 이유로 원전 내부가 너무 베일에 가려져 있었던 탓도 있지 않겠나.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나 비밀은 없어야 한다. 원자력은 산업부의 지휘·감독하에 한수원에 의해 운영된다. 프랑스는 원전에 대한 안전과 투명성을 중요한 가치로 추구해 '원자력안전 및 투명화법'으로 관리·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원자력안전법'으로 관리·운영한다. 원자력에 대한 안전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비밀이 있어서는 안 된다. 비밀은 궁금증을 유발하고 의심을 품게 만든다. 이에 탈핵단체는 이를 교묘히 이용해 거짓선동으로 소통을 방해한다. 원자력에 대한 정보를 100%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개인적 피해를 감수하고 탈원전의 부당성을 찾기 위해 싸움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원자력기술과 에너지법, 제도를 함께 알고 있는 사람은 몇 명 안 된다. 저는 이 속에 포함돼 있고, 원자력발전소에서 25년 동안 근무했다. 또 원자력기술사를 비롯해 자격증을 10개나 갖고 있다. 그런데 전 정부는 5년 동안 뚜렷한 명분 없이 탈원전 정책을 펼쳐왔다. 원자력기술과 법, 제도를 모두 알고 나니 탈원전으로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모두 다 보였다. 그 거짓말의 폐해가 너무나 심각했다. 이로 인해 탈원전 추진이 100%는 아니지만, 한국전력공사는 30조원이나 적자를 봤다. 제 자식을 포함해 미래세대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탈원전 정책 진상을 알고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따라서 이전 정부 5년 동안 탈원전 정책의 위법성에 대응하기 위해 30여 개 송사(訟事)가 있었다. 탈원전은 끝나지 않았다. 저의 모든 역량을 다 쏟아부어 대한민국의 원자력을 과학의 원위치로 바로 세우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현 정부는 탈원전의 부당성을 알려 정권을 잡은 후, 탈원전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산업부 장관과 한수원 사장을 교체했지만, 실무진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산업부는 새로운 원전 정책을 위해 일할 사람을 재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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