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베컴, 대회 막판에야 “스포츠가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 줄 것 믿어”

이정호 기자 2022. 12. 18.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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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2022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로 나선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47)은 대회에서 공식 행보를 거의 보여주지 않았다. 베컴이 최소 1억5000만파운드(약 2400억원)를 받고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로 나서자 성 소수자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베컴이 이와 관련해 대회 막판에야 입장을 밝혔다.

베컴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대변인을 통해 “월드컵을 비롯한 수많은 국제경기에 선수 또는 홍보대사로 참여해왔고 스포츠가 전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힘을 가졌다고 믿어왔다”는 입장을 냈다. 베컴은 “중동에서의 계약에 대해 서로 다른 강경한 견해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 주요 이슈에 대한 논의를 자극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대화가 모든 이들에 대한 더 나은 이해와 공감으로 이어지고, 발전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준수한 외모와 감각적인 패션 등으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스타 베컴은 성 소수자에게도 인기가 높다. 베컴은 성 소수자들의 강력한 지지에 “게이의 아이콘이 돼 영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지만,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를 맡은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못했다.

동성애를 범죄로 규정하는 카타르는 성 소수자를 상대로 한 가혹 행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베컴이 이런 카타르에서 열리는 대회의 홍보대사로 나선 것에 대한 팬들의 비판이 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자신을 게이라 밝힌 영국 코미디언 조 라이셋은 베컴이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를 그만둬야 한다”며 그가 개막 전까지 홍보대사를 그만 두면 1만파운드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베컴이 침묵하자 1만파운드를 파쇄기에 넣어 버리는 퍼포먼스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베컴의 대회 공식 행보 역시 소극적이고, 제한적이었다. 이에 뉴욕타임스는 ‘사라진 월드컵의 대변인(The World Cup‘s Missing Mouthpiece)’라는 기사를 실었다. 베컴의 이러한 공개석상 회피로 카타르에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오히려 악화해 카타르는 사실상 들인 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홍보 효과를 누렸다고도 평가했다.

호주 축구의 영웅 크레익 포스터는 “국제 인권 대사로 일했던 베컴의 명성이 이번 일로 회복할 수 없을 만큼 무너졌다”며 “(성 소수자의 지지는)그의 브랜드 일부였지만 이번 행동으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고 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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