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영·中 시위…日 '반격능력 보유' 선언이 낳은 우려

박가영 기자, 송지유 기자 2022. 12. 1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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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반격 대상' 中 반발·北 미사일 발사, 美는 환영…동북아 군비경쟁 우려, 아사히 "선제공격 간주될 수도"
육상자위대 사열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FPBBNews=뉴스1
일본이 적 미사일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겠다고 선언하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방어를 위한 최소한의 무력행사만 인정해 온 일본의 안보정책이 대전환을 맞으면서 아시아 군비경쟁은 가열될 가능성이 있다. 반격 능력 행사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자칫 선제 공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현지에서도 제기된다.
日 '반격 능력 보유' 결정하자…中 항모전단 무력시위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6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국가안전보장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문서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3대 안보 문서에는 중장기 일본의 안보와 외교, 방위 전략 등을 결정하는 핵심 내용이 담겨 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일본 보수 강경파의 염원인 '반격 능력' 보유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적의 공격 사실이 확인될 경우 먼저 적의 미사일 발사대 등을 타격하는 개념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제정된 평화헌법 아래 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을 행사한다는 기존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방위력 행사 가능) 원칙이 무력화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무력 공격을 막기 위한 필요 최소한의 자위 조치'로 규정했지만 주변국은 반발하고 있다. 일본이 유사시 중국과 북한 등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할 수 있도록 미사일 방어체계를 증강한다는 구상이어서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산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최대 500기까지 도입하기로 했다. 게다가 방위비를 기존의 국내총생산(GDP) 1% 이내에서 2027년까지 2%로 끌어올릴(세계 3위 규모) 계획이다.

일본의 잠재적 반격 대상(중국·북한·러시아)의 하나가 된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일본이 중국의 위협을 과장해 군사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안보문서 개정 당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 채널을 통해 일본 측에 엄정한 입장을 표명해 왔다"며 "일본이 중국의 국방 건설과 정상적인 군사활동을 이유 없이 비방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을 내세워 군비 확장의 명분을 찾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같은 날 중국은 항공모함 전단을 오키나와 해역을 거쳐 서태평양에 보내는 '무력 시위'를 벌였다.

북한은 18일 동해 쪽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국 정부는 유사시 일본이 북한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한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대상 반격 능력 행사와 같이 안보 및 우리의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사전에 우리와의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백악관은 16일(현지시간)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고 지키기 위해 일본이 '대담하고 역사적인 한걸음'을 밟았다"는 성명을 냈다. 일본 NHK에 따르면 대만 정부도 같은 날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FPBBNews=뉴스1
현지 언론도 경계심…"미래에 화근 될 것"
일본의 반격 능력이 사실상 적의 기지를 먼저 타격할 수 있는 '선제공격 능력'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력 공격으로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의 생명·자유에 명확한 위험이 발생하고 △국민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없으면 필요 최소한으로 실력 행사를 한다는 '무력행사 3요건'에 근거해 반격 능력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다. 일본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공격에 나서도 실제 반격 능력을 행사했는지, 의도를 갖고 선제공격을 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아사히신문도 반격 능력 행사의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을 짚었다. 아사히는 "방위성 간부는 상대가 실제로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도 공격에 '착수'한다면 상대 영토를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공격 '착수' 시점의 정확한 판별이 어렵고, 만약 선제공격으로 간주되면 국제법 위반이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안보정책이 대전환을 맞았지만, 논의도 대국민 설명도 불충분했다. 이는 미래의 화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쿄신문도 일본 정부가 선제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도 설명하지만 궤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를테면 상대국이 미사일 공격에 착수했다고 일본이 인정하고 발사 전에 적의 기지를 공격하면 국제법을 위반하는 선제공격으로 간주돼 일본을 공격할 명분을 준다"며 "소규모 무력 충돌이 미사일 충돌로 발전할 우려가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군사력 확장이 동북아의 군비경쟁을 부채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안킷 판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선임연구원은 CNN에 "북한과 중국 모두가 인지하는 위협이 강화할 것"이라며 "동아시아에서 이런 역학관계가 더 심화하는 장면을 보게 될 것이다. 아시아에는 급변하는 군비 경쟁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동아시아의 안보 지형 변화에는 러시아의 역할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인 고타니 테츠오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만 해도 일본이 직접 타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거나, 이 능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일본의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박가영 기자 park0801@mt.co.kr,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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