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골키퍼의 전설 알 합시가 말하는 모로코 돌풍 “한국의 4강보다는 아래죠”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일이 아닐까요?”
오만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알리 알 합시(41)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빛난 모로코의 돌풍을 반겼다.
‘아틀라스의 사자’로 불리는 모로코는 이번 대회에서 아프리카 최초의 4강 신화를 썼다. 유럽과 남미와 비교할 때 저평가를 받았던 아프리카 축구의 새 역사가 흥미로운 것은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는 중동 지역에서도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알 합시는 모로코가 4위로 카타르 월드컵을 마감한 18일 경향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모로코가 아프리카 국가이지만 아랍 문화권에 속한 영향”이라면서 “나를 포함해 모든 중동 국가의 팬들은 고향팀을 응원하는 심정으로 모로코의 여정을 흥미롭게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모로코는 전국민의 98%가 이슬람을 믿고 있는 나라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서구화됐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랍 문화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현역 시절 오만에서 A매치 128경기를 뛴 알 합시는 아시아 출신 골키퍼로 처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진출해 중동 축구의 가능성을 알린 인물이라 모로코의 선전을 더욱 각별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다.
알 합시는 이번 월드컵 기간 국제축구연맹(FIFA) 스폰서인 현대자동차의 세기의 골 캠페인 홍보대사로 박지성(41)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설들과 함께 바쁜 나날을 보냈는데, 이 시기 축구인으로 직접 현장에서 모로코와 중동 국가들의 선전을 해설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알 합시를 더욱 기쁘게 만든 것은 모로코의 승승장구가 자신의 현역 시절 포지션인 골키퍼 야신 부누(세비야)의 선방쇼가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이다. 야신 부누는 이번 대회 총 7경기에서 단 5실점에 그치는 선방쇼로 조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알 합시는 “야신 부누는 프랑스와 4강전 이전에는 단 1실점만 기록해 이번 대회 최고 골키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중동 출신 유명 골키퍼가 많지 않기에 그의 플레이를 즐겁게 지켜봤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라고 웃었다.
알 합시는 한국 축구와 인연도 깊다. EPL 볼턴 원더러스와 위건 어슬레틱 시절 각각 이청용(33·울산), 조원희(39·은퇴) 한솥밥을 먹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2003년 10월 아시안컵 2차 예선에선 한국을 상대로 놀라운 선방쇼를 펼쳐 3-1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이른바 오만 쇼크다. 한국을 잘 아는 만큼 그는 모로코의 4강 신화를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같은 위치에 올랐던 한국과 비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한국의 4강이 더 놀라운 일이라 본다”고 진단한 알 합시는 “아프리카 국가는 카메룬과 세네갈, 가나 등이 이미 8강에 오른 적이 있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많기에 2002년 한국의 4강에 비교할 만한 업적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 합시는 “이번 성과가 아프리카 나아가 아랍 문화권 국가들이 8강 이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이정표로 남은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알 합시는 한국 축구가 이번 대회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의 지휘 아래 보여준 발전에도 높은 평가를 남겼다. 그는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하던 한국이 한 단계 진화해 전방부터 압박을 하더라.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프턴), 김민재(나폴리) 등 이름이 알려진 선수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충분히 통할 선수가 많이 보였다. 가나전 멀티골의 주인공 조규성(전북)이 대표적”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2020년 은퇴해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알 합시의 눈은 이제 4년 뒤를 바라본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하는 2026년 월드컵이다.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되는 만큼 자신의 조국인 오만도 월드컵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알 합시는 “대륙별 티켓이 증가한 만큼 더 많은 아시아·중동 국가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현역 시절 월드컵이 나가는 게 꿈이었던 난 이제 축구 행정가로 오만과 중동 축구 선수들을 돕는 데 힘을 기울이겠다. 축구 선수로 받은 사랑을 돌려줄 것”이라고 다짐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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