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대 지원금 반토막… `반값등록금` 폐지 수면위

김광태 2022. 12. 1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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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 "포퓰리즘 정책" 압박
학교측 "감당 어렵다" 당혹감
서울시립대[연합뉴스TV 제공]

서울시의회가 서울시립대에 대한 시 지원금을 대폭 축소하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도입된 반값등록금 폐지를 본격화했다.

18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시의회는 이달 16일 정례회 본회의에서 다음 회계연도 시립대 예산을 서울시가 제출한 577억원에서 100억원(17.3%) 감액한 477억원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시립대는 현행법상 등록금을 크게 인상하면 각종 제재를 받게 되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기준 시립대의 전체 예산 1403억원 중 시 지원금은 875억원(추경예산 31억원 포함)으로 약 62%를 차지한다. 시의회를 통과한 예산대로라면 시립대에 대한 내년 시 지원금 규모는 400억원 가까이 줄어 거의 '반 토막'이 된다.

시립대는 큰 폭의 예산 삭감에 무척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서순탁 총장은 예산안 의결 후 교직원과 재학생에게 보낸 담화문에서 "개교 이래 서울시 지원금이 이처럼 대폭 삭감된 것은 처음"이라며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운영 예산 삭감은 주도권이 12년 만에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시의회 차원에서 박 전 시장 시절 도입된 반값등록금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압박성'으로 해석된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측은 반값등록금을 '포퓰리즘 정책'으로 규정하고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값등록금으로 줄어든 등록금 차액을 서울시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충당하면서 시립대 차원에서 자체 수입을 늘리기 위한 자구 노력이 사라지고 대학 운영은 방만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2012년 반값등록금 도입과 함께 원래 학기당 200만∼300만원 선이던 시립대 등록금은 그해 1학기부터 인문사회계열 102만2000원, 공학계열 135만500원, 음악계열 161만500원 등으로 줄었고 올해까지 11년째 동결됐다.

등록금 수입은 제자리인 상황에서 각종 비용이 늘면서 시 지원금은 2012년 487억원에서 올해 875억원으로 1.8배가 됐다.

지난 11년간 시로부터 연평균 580억원씩 총 6370억원의 세금이 지원됐다. 실제 매년 발표되는 QS 세계대학랭킹(QS World University Rankings)에서 시립대 순위는 2012년 500위권에서 올해 800위권으로 하락했다. 이외 또 다른 세계대학랭킹인 THE(Times Higher Education)에서도 2014년 300위권에서 올해 1200위권으로 떨어졌다.

순위가 낮아진 주요 이유로는 외국인 비율이 낮고 교원당 논문 수가 적은 점, 연구 실적과 산학협력이 부족한 점 등이 꼽혔다.

시립대는 평가받는 대학의 수가 늘면서 순위가 하락했다는 입장이나 같은 기간 비슷한 국내 대학들은 순위가 올랐거나 유지했다.

값싼 등록금을 이용해 일단 시립대에 입학한 채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반수생'이 거쳐 가는 곳이 됐다는 지적도 시의회에서 제기됐다. 시립대의 재학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48.8%, 재적학생 대비 휴학생 비율은 32.8%로 타 대학보다 높은 편이다. 결국 시의회는 내년도 시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는 방식으로 시립대가 반값등록금을 없애는 대신 자체 수입금(등록금)을 늘리도록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간 반값등록금을 내온 재학생을 위해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며 "부담이 되는 학생을 위해 장학제도를 확대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립대는 감액에 맞춰 시 지원금을 재조정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하고 있다. 하지만 시의회 요구대로 당장 반값등록금을 없애기는 법·제도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은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며 이를 초과하면 국가장학금 지원 배제, 입학정원 감축과 같은 제재가 가해진다. 특히 대학의 노력에 따라 지원금이 차등 지급되는 국가장학금 2유형은 등록금 인상 시 신청 자격이 박탈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왕정순 서울시의원은 "정부의 관련 법령과 지침 개정 없이는 실질적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인상 등으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반값등록금 폐지 논란은 혼란과 부담만 가중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김광태기자 kt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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