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둘러보는 우리 동네 한바퀴[화제의 책]
낙후된 구도심의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툭하면 불거지는 것이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낙후됐던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차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서울 북촌 계동이 딱 그렇다. 어느 해인가부터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각종 프랜차이즈가 입점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며 북촌에 있는 중앙중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이 삶의 터전인 ‘마을’의 정체성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기를 바랐고, 마을이 직면한 사회 현안 ‘젠트리피케이션’을 수업 주제로 삼았다. 그래서 지난 1학기 중앙중학교 교과융합수업의 목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위기 속, 우리 동네의 가치와 정체성 찾기’였다. 이 같은 주제로 사회, 영어, 국어, 목공예 수업(자유학년제 예술 프로그램)까지 네 과목을 융합한 수업이 이루어졌다.
우선 사회 수업에서 학생들은 우리 동네를 ‘오래된 가게’와 ‘프랜차이즈’로 나누어 보고, 마을의 정체성을 이루는 오래된 가게를 골라 지도로 만들어 ‘북촌 스탬프 투어’를 진행했다. 영어 수업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우리 동네의 가치를 알리고자 영어로 북촌의 가게를 소개하는 글을 썼다. 목공예 수업으로는 스탬프 투어에 쓸 가게 도장을 직접 만들어 보았다.
특히 국어 수업은 학생들이 가게를 방문해 인터뷰하고, 그 공간을 소재로 삼아 시를 쓰도록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 역시 시가 될 수 있음을 느끼길 바랐다. 학생들에게 ‘삶이 시가 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마음의 힘이 생긴다면,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삶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그렇게 해서 ‘시와 함께하는 우리 동네 한바퀴’(중앙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이한솔 교사 지음 / 마음의숲》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엄민용 기자 margeu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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