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아나운서 복직거부한 연합뉴스TV에 인권위 "유감"
인권위 "출산 아나운서 복직 안 시킨 건 차별"
시정 권고 불수용 연합뉴스TV에 '우려' 표명
사측 "공채 응시하라" A씨 "권고에도 연락 없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연합뉴스TV가 인권위 권고를 불수용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하며 프리랜서 지위에 있는 여성이 임신·출산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에 대한 구제 방안 마련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출산 후 복직하지 못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A씨에 대한 방송 복귀 조치를 권고했는데도 연합뉴스TV가 이를 불수용하자 지난 16일 이와 같이 유감을 표명했다.
지난 8월22일 인권위는 연합뉴스TV에서 10년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했으나 출산 후 복직하지 못한 A씨를 연합뉴스TV가 복직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연합뉴스TV는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국가인권위에 회신하면서 “진정인(A씨)에게 이후 아나운서 공개모집 절차에 응시해 선발될 수 있음을 안내했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성기홍 연합뉴스TV 대표는 A씨 등 프리랜서 아나운서들에게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일방적인 고용해지 등 불이익을 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국가인권위에 회신했다.
국가인권위는 연합뉴스TV 측이 “근로자와 프리랜서 등 모든 인력 운영에 있어 관련 법률에 따라 적정한 규정 및 계약서 등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제도가 일부 구성원과 대상자에게 호의적이지 않게 적용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법률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TV 사측은 A씨에게 향후 아나운서 공개모집 절차에 응시해 선발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는 연합뉴스TV 측이 “진정인의 방송 복귀와 관련해서는 진정인을 임의로 방송 진행에 투입할 경우 또 다른 차별 또는 특혜 시비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정인에게 이후 아나운서 공개모집 절차에 응시하면 선발될 수 있음을 안내하고, 내부 인력풀에서 아나운서를 위탁 계약할 경우 진정인이 제외되지 않도록 관리해 공정한 경쟁 및 평가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회신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8일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연합뉴스TV가 권고를 불수용하고 자의적으로 권고안을 해석한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인권위는 “연합뉴스TV가 A씨와 상호 협의 등 정상적 절차에 따라 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과 달리 A씨와 계약 해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출산이 업무위탁 계약서상의 계약 해지 사유로 보기 어려움에도 일방적으로 진정인과의 계약을 종료한 사실을 조사를 통해 확인한 바 있다”며 “또 다른 여성 아나운서들의 유사 사례를 보더라도 연합뉴스TV에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차별이 존재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고 했다.
인권위는 “임신·출산한 진정인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은 채 방송 출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연합뉴스TV 행위는 합리적 이유 없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A씨는 2011년 연합뉴스TV 개국부터 2018년 5월 출산 직전까지 방송을 진행해온 베테랑 여성 아나운서로 임신과 출산이 아니었다면 중단 없이 방송 업무를 지속했으리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실제로 인권위는 지난 8월22일 결정문에서 “연합뉴스TV를 그만둔 아나운서 45명의 평균 근무 기간이 약 33.2개월로 채 3년이 되지 않는 반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그만둔 5명의 아나운서의 평균 근무 기간은 약 94.2개월로 7년 10개월”이라며 “이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방송 진행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임신·출산으로 인해 여성 아나운서들 경력이 단절되고 있음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공채 응시 기회를 주겠다'는 사측 입장에 A씨는 18일 미디어오늘에 “연합뉴스TV는 지난 8월 국가인권위 인용 결정 이후 내게 한 통의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 인권위에 보낸 회신에선 내게 공채 시험에 다시 응시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마치 새로운 기회를 주고 선발할 것처럼 말한 것을 보니 상실감과 상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그러나 나는 연합뉴스TV 공채 시험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 공적 책임을 가진 언론사가 인권위 시정 권고를 불수용한다니 유감이다. 인권위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만큼 법적 소송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2020년 11월 A씨는 인권위에 연합뉴스TV가 출산 이후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진정을 넣었다. A씨는 2009년부터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에서 10년 간 일했다.
A씨는 2018년 5월 출산을 위해 일을 중단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회사 임원으로부터 '아이 잘 낳고 돌아오라'는 말을 들으며 출산을 준비했다. 다시 돌아올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A씨는 짐을 사물함에 두고 나왔고 출산 이후 수차례 복직 의사를 밝혔다. 평일이 안 되면 주말 뉴스라도 투입해 달라고 했지만 회사는 끝내 거부했다. 2년 넘게 기다리다 지친 A씨는 인권위 판단을 받기로 했다.
조사 막바지에 이르러 연합뉴스TV가 출산한 또 다른 아나운서와 재계약해 꼼수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출산한 B아나운서와 지난달 이례적인 재계약을 진행해 연합뉴스TV 뉴스 진행자로 복직시켰다. 당시 사측은 미디어오늘에 “필요에 의한 재계약일뿐”이라며 국가인권위 조사와는 전혀 상관없는 조치라고 밝혔다. 연합뉴스TV는 출산 후 퇴사한 아나운서뿐 아니라 여타 아나운서들과도 재계약을 거의 하지 않는 방송사라는 지적을 받는다.
2022년 12월 기준 연합뉴스TV는 아나운서 26명 가운데 남성 아나운서 한 명만 정규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나머지 아나운서와는 프리랜서 계약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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