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여주 교체 설득력 제공한 '환혼2'의 서사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12. 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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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혼2’, 왜 고윤정이어야 했는지 너무나 이해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왜 굳이 정소민에서 고윤정으로 여주인공을 교체했는지 알겠다. 그건 tvN 토일드라마 <환혼: 빛과 그림자(이하 환혼2)>가 하려는 이야기에 꼭 필요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되돌아보면 이 설정은 애초 혼을 바꾸는 '환혼술'을 소재로 가져온 이 드라마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초절정의 수기를 가진 살수였던 낙수(고윤정)는 송림의 총수 박진(유준상)에게 공격을 받아 쫓기다 무덕이(정소민)의 몸으로 환혼한다. 그리고 무덕이와 장욱(이재욱)의 사제, 주종, 연인 관계를 넘나드는 인연이 맺어진다. 그런데 무덕이는 본래 진씨 집안에서 잃어버린 첫째 딸 진부연이다. 그는 신비로운 힘을 가진 신녀로 경천대호에서 얼음돌을 찾아낸 후 천부관 진무(조재윤)에 의해 호수에 버려진다.

환혼술이라는 소재를 갖고 있어서 이 드라마 속 낙수, 무덕이, 진부연은 모두 그 정체를 숨긴 채 등장하는 인물들이 된다. 낙수는 무덕이의 몸속으로 정체를 숨기고, 무덕이는 출생의 비밀인 진부연이라는 진짜 정체가 기억이 지워짐으로써 숨겨진다. <환혼>이 그리고 있는 서사의 묘미는 바로 이 정체가 누구인가가 모호한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관계에서 나온다.

즉 파트1에서 장욱이 무덕이와 사랑하는 연인 사이가 되지만, 여기서 무덕이는 그 육신 속에 낙수의 혼이 깃들어 있다. 그렇다면 장욱이 사랑한 건 무덕이일까 아니면 낙수일까. 겉보기에는 사제지간처럼도 보이고 주종관계인 것처럼도 보이지만 알고 보면 연인관계인 두 사람의 관계처럼 장욱과 무덕이(혹은 낙수)의 사랑은 그 정체가 애매모호하다.

그리고 결국 환혼했던 무덕이는 폭주하기 시작하면서 몸이 석화되자 스스로 경천대호에 몸을 던진다. 무덕이의 죽음은 장욱을 절망에 빠뜨리지만, 사실 무덕이는 진요원 사람들에 의해 경천대호에서 끌어올려져 이선생(임철수)의 도움을 받아 되살아난다. 그가 살 수 있었던 건 결국 그간 무덕이의 몸에 갇혀 있던 낙수가 가진 능력 덕분이다.

여기서 흥미로워지는 건 이렇게 되살아나는 과정에서 무덕이의 육신이 마치 껍질처럼 벗겨져 나가고 대신 낙수의 육신으로 바뀐다는 것이고, 마치 그 대가처럼 무덕이 혹은 진부연으로서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다는 것이다. 즉 파트1에서는 무덕이의 육신에 낙수의 혼이 정체를 숨긴 채 깃들어 있었다면, 파트2에서는 이제 거꾸로 낙수의 육신에 무덕이와 진부연의 혼(사실은 기억)이 기억을 잃은 채 깃들어 있게 된다.

파트1에서는 장욱이 무덕이의 육신 너머에 존재하는 낙수의 실제 모습을 모른 채 사랑에 빠진다면, 파트2에서는 낙수의 실제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그 안에 깃든 무덕이를 알아보지 못한 채 관계가 시작된다. 물론 이 이야기는 그래서 결국 그 정체를 장욱이 알게 되는 과정을 담을 것이지만.

정체를 모른 채 빠져들고, 또는 겉모습이 아닌 그 마음에 이끌리는 사랑이야기는 운명을 건드리는 신비로운 서사로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 <환혼>이 이 다소 복잡한 혼과 육신 그리고 기억이라는 차단막 같은 장치들을 활용해 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건 결국 이 드라마가 부제로 적어 놓고 있는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다. 겉으로 보이는 빛에 우리는 눈이 멀지만 사실 빛에 가려진 그림자를 볼 수 있어야 하고, 그것까지가 모두 진정한 정체일 수 있다는 것.

환혼술이라는 차단막을 뚫고 나가는 장욱의 마음이, 그 누구든 진심을 담아 빛을 내는 음양옥처럼. 진부연 혹은 무덕이, 낙수를 그 겉모습이 누구든 온전한 실체로서 끌어안는 이야기. <환혼2>는 그래서 사랑이야기면서, 동시에 우리네 삶의 정체를 담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빛과 함께 그림자도 또 양과 함께 음도 존재하고, 육신과 함께 혼도 존재하는 그런 삶.

<환혼>은 결국 혼과 육신 그리고 기억을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그러니 육신이 달라져도 여전히 남은 혼 혹은 기억으로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반쪽을 찾아가는 이야기에 주인공 교체는 필수적이다. 그래서일까. 고윤정이 어떤 대사를 할 때 거기 파트1에서 무덕이 역할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정소민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건, 이 작품의 의도에 해당한다. 육신은 달라져 지워진 줄 알았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뜻이니. 이제 장욱과 진부연이 보여줄 이야기가 바로 그것일 테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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