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화국' 쓴 브라질 문단 거장 피뇽 85세로 별세

김태훈 2022. 12. 1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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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해 있는 브라질 작가들 중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린 넬리다 피뇽이 1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스페인 갈리시아에서 브라질로 이주한 어느 가문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고인의 어린 시절 체험이 잘 녹아 있다.

현재 ABL 의장을 맡고 있는 브라질 작가 메르발 페레이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을 "살아 있는 브라질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부르며 "고인의 타계는 브라질 문학에 커다란 타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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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계 이민 후손… 장편소설 등 20여권 남겨
30여개 언어로 번역… 권위있는 문학상 휩쓸어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브라질 작가" 애도 물결

생존해 있는 브라질 작가들 중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린 넬리다 피뇽이 1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8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최근까지 “살아 있는 브라질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린 넬리다 피뇽(1937∼2022). 사진은 2005년 10월 열린 어느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한 모습. AFP연합뉴스
AFP 통신에 따르면 생전에 고인의 책을 펴냈던 출판사 측은 이날 “피뇽이 그동안 입원해 있던 리스본 시내의 한 병원에서 타계했다”며 “정확한 사망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세기 초 포르투갈 식민지에서 독립한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쓰며, 두 나라는 지금도 정치적·문화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실제로 고인은 오랫동안 브라질과 포르투갈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마르셀루 헤벨루 드 소자 포르투갈 대통령은 고인의 별세 소식을 접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소설가이자 수필가, 교육자, 또 저널리스트로서 평생을 헌신한 고인의 타계에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를 표했다. 이어 “고인은 리스본 학술원의 회원이었고, 우리나라(포르투갈)의 출판과 문학 모임에 정기적으로 참석했으며, 의미 있는 책을 우리나라에서 집필했다”는 말로 고인과 포르투갈의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고인은 1937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스페인 갈리시아 지역에 살다가 브라질로 옮긴 이주민이었다. 스페인계 브라질인이라는 문화적 정체성은 훗날 고인이 쓴 여러 자전적 소설의 자양분이 되었다.

리우데자네이루 가톨릭대에서 언론학을 공부한 고인은 졸업 후 신문사와 잡지사 몇 군데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문장에 눈을 떴다. 기독교의 신화에 등장하는 천사를 소재로 한 ‘대(大)천사 가브리엘의 안내서’(1961)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데뷔한 고인은 장편소설, 단편소설집, 에세이 등 20권 이상의 저술을 남겼다. 대학에서 작문을 가르치는 등 교육자로도 활동했다.

‘열정의 집’(1972)으로 작가적 명성을 얻기 시작한 고인은 대표작이라 할 ‘꿈의 공화국’(1984)을 통해 남미를 대표하는 소설가 반열에 올랐다. 스페인 갈리시아에서 브라질로 이주한 어느 가문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고인의 어린 시절 체험이 잘 녹아 있다.

올해 4월 열린 브라질 문학 아카데미(ABL)의 공식 행사에 ABL 종신회원 고유의 예복을 입고 참석한 넬리다 피뇽(왼쪽)이 동료 회원들과 대화하며 웃는 모습. 리우데자네이루=AFP연합뉴스
브라질 국내 문학상들을 휩쓴 것은 물론 로망스어권(스페인어·포르투갈어·이탈리아어·프랑스어 등) 작가에게 주어지는 FIL 문학상(1995), 스페인어 및 포르투갈어로 작품을 쓰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한 메넨데스 펠라요 국제문학상(2003), 스페인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아스투리아스 문학상(2005) 등을 차례로 받았다.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고인의 작품은 세계 30여개 나라 언어로 번역돼 널리 소개됐다.

1989년에는 우리의 대한민국 예술원에 해당하는 브라질 문학 아카데미(ABL)의 종신회원이 되었다. 이후 1996∼1997년 여성으로는 처음 ABL 의장을 지냈다. 현재 ABL 의장을 맡고 있는 브라질 작가 메르발 페레이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인을 “살아 있는 브라질 작가 중 가장 위대한 작가”라고 부르며 “고인의 타계는 브라질 문학에 커다란 타격”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시신은 조만간 브라질로 운구돼 ABL이 주관하는 장례식을 거쳐 고향인 리우데자네이루의 문인 묘지에 묻힐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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