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발효 2년… 경제 전망 ‘먹구름’, 이민 통제는 실패 [세계는 지금]
OECD, 2023년 GDP 성장률 -0.4% 제시
G7 중 ‘꼴찌’… G20 중엔 3번째로 낮아
“스태그플레이션 상태… 브렉시트 원인”
영국산업연맹 ‘잃어버린 10년’ 경고음
2022년 불법 이주 4만명 돌파… 역대 최다
순이민 50만명 넘어… 2021년 3배 규모
“브렉시트 잘못된 결정” 56%… 역대 최고
정치권 “EU 재가입 논쟁 30년 걸릴 수도”
영국 경제전망은 주요 7개국(G7) 중 가장 어둡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는 내년 영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4%로 제시했다. 지난 9월 0%에서 하향 조정된 것으로 G7 중 꼴찌이자 주요 20개국(G20) 중엔 러시아(-5.6%), 스웨덴(-0.6%)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OECD는 “브렉시트 후 급격히 줄어든 영국의 기업 투자가 계속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시 수낵 총리 내각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산업계와 전문가들 시각은 다르다. 하나같이 브렉시트를 원인으로 꼽는다. 똑같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었는데 유독 영국의 회복력이 다른 나라보다 느린 것은 브렉시트 탓이라는 설명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경제학 교수는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영국 경제는 이미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졌다”며 “일부 책임은 브렉시트에 있다”고 진단했다.
◆불법 입국 급증… 올해 역대 최다
영국 내무부는 난민 신청자의 숙소 비용이 지난달 기준 하루 700만파운드(112억원)에 달한다며 영불해협을 통한 불법 입국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지난 2월만 해도 일일 500만파운드(80억원)였던 비용이 몇 달 사이 700만파운드가 된 것이다. 앞으로 이 비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영국 정부는 결국 지난달 14일 프랑스 정부와 대책 마련에 합의했다. 영국이 프랑스에 지급하는 프랑스 북부 해안 순찰비를 현재 연 5500만파운드(852억6000만원)에서 6300만파운드(977억원)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됐다.
불법 이민자를 제외한 이민(순이민)도 대폭 늘었다. 지난달 영국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순이민은 5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7만3000명의 약 3배 규모다.
브렉시트의 낙제점 결과로 실망한 국민이 늘고 있다.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 결과, ‘브렉시트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5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잘한 결정’이라는 비율은 32%에 그쳤다.
FT는 “브렉시트 재가입을 입에 올리는 것은 노동당이나 친EU 성향인 (야당) 자유민주당에 내년 선거 전략으로는 좋지 않다”며 2024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든 러시아와 중국이 적으로 부상하면서 EU와 관계는 우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브렉시트 실패가 EU 재가입 논쟁까지 이어지려면 한 세대(30년)가 걸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데이비드 존스 전 브렉시트부 차관은 “브렉시트는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EU 재가입을 위해서는) 국민적 대화는 물론 국민투표, EU와 협상도 필요한데, 두 거대 정당(보수당과 노동당) 중 누가 그 과정을 이끌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보수당 소속 도미니크 그리브 전 법무장관은 “한 세대보다는 더 빨리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며 “브렉시트 논쟁은 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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