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게 없다"…'한한령 해제' 기대감에도 '반전' 반응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한국 드라마·영화 중국 OTT서 공개
'한한령 해제' 기대감 높아지는 콘텐츠 업계
K팝 시장은 현지화 그룹 위주 활동
"중국 의존도 낮춰와…변수 커 더 지켜봐야"
중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한국 콘텐츠를 잇달아 정식 서비스하면서 대중문화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6년간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춰온 K팝 시장에서는 "급할 게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한국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이 중국 OTT 비리비리를 통해 방영되고,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유쿠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힘쎈여자 도봉순'도 아이치이에서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초에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강변호텔'이 한국 영화로는 약 6년 만에 중국 OTT에서 공개됐다.
중국은 한국의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하며 2016년부터 한국 연예인의 활동을 제한해 왔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 광고, 게임 등의 수입까지 막으며 '한한령'을 무려 6년간 지속했다. 그러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정상회담에서 중국 내 한국 영화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한한령' 해빙 무드에 힘이 실렸다. 이에 CJ ENM, 콘텐트리중앙 등 콘텐츠 주는 일제히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전 세계를 무대로 영향력을 키워온 K팝 업계 역시 이에 주목하고 있다. 그룹 (여자)아이들이 소속돼 있는 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직접적으로 중국 시장을 거론하며 미래를 긍정적으로 점쳤다. 큐브는 2020년 6월 중국의 최대 음원 플랫폼 '왕이윈뮤직'과 75억원 규모의 독점 음원 공급 및 공동 프로모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큐브엔터는 "최근 중국 최대 IT 그룹인 텐센트 산하 '텐센트 뮤직'을 비롯해 중국 내 여러 기업에서 비즈니스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런 제의들을 보면서 한한령 해제가 임박했음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인 멤버 우기가 현지에서 따로 활동해왔던 점도 경쟁력으로 강조했다.
큐브엔터뿐만 아니라 대형 가요기획사들은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소비 큰손으로 꼽히는 중국 시장 재개에 대한 기반을 다져왔다. 한국 연예인의 활동이 막힌 상황에서도 현지화 그룹을 선보여 성과를 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보이스토리, SM엔터테인먼트의 웨이션브이 등이다.
보이스토리는 지난 9월 발매한 정규 1집 타이틀곡 'WW'로 미국 빌보드 핫 트렌딩 송 차트에 진입했다. 중국 아이돌로서는 최초로 해당 차트에 진입해 현지서 화제가 됐다. 웨이션브이는 오는 28일 미니 4집 '팬텀(Phantom)'을 발매한다. 무려 1년 9개월 만의 컴백이다.
다만 중국을 최선호 시장으로 꼽던 과거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그간 K팝 업계는 미국, 유럽, 동남아로 빠르게 진출하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줄여왔다. 멤버 구성 면에서도 미국,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출신 등 다채로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CJ ENM과 향후 10년간 문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고, SM엔터테인먼트와도 문화기술(CT)을 기반으로 한 S-팝(사우디팝) 프로듀싱, 현지 인재 발굴과 육성을 위한 S-팝 오디션 개최, 트레이닝 시스템 구축,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설립, 사우디 내 초대형 콘서트 개최 등을 협업하기로 했다.
업계는 새로운 시장 진출에 가속도가 붙은 상황이기에 중국과 관련해서는 서두르지 않고 분위기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간 경험한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크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아직 현지화 그룹이나 중국인 출신 멤버가 있는 팀 위주로 활동하는 수준이기에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특히 중국은 정치와 연결돼 변수가 큰 시장이기에 무리한 기대와 접근보다는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는 미국과 소비력이 큰 일본 등에 더 집중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한령 해제에 대한 이야기가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지만 정작 구체화된 것은 없는 상황"이라면서 "차이나 머니를 무시할 수 없는 반면, 그 사이 높아진 중국을 향한 국내 부정적 여론 또한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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