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은 달로 돌아가는 해...우크라 침공으로 과학계 국제 협력 깨졌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적, 물리적 제재에 나선 가운데 과학자들도 침공을 규탄하는 움직임에 나섰다. 세계 연구 기관들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빠르게 끊었고, 공동연구와 연구비 지원을 중단했다. 학술지들은 러시아 연구자들의 논문을 보이콧했다.
결국 침공과 이에 대한 서방의 반응은 현장 연구가 중요한 우주와 기후과학 분야 연구에 타격을 입혔고 국제 에너지 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우주로 향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새로운 발견, 단백질 구조 예측하는 인공지능(AI), M두창(원숭이두창) 확산, 달 탐사 부활, 돼지를 활용한 이종 장기 이식도 올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한 이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이달 초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 당사국 협약(COP15)’까지 2022년에 일어난 10대 과학뉴스를 선정했다.
◇우리가 보지 못한 우주를 보여준 우주망원경과 단백질 구조 예측하는 AI
네이처는 역사상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관측 활동을 시작한 것을 올해 주요한 과학뉴스로 꼽았다.
제임스 웹은 미국과 유럽, 캐나다가 25년간 13조원을 들여 개발한 사상 최대 크기의 우주망원경이다. 올 1월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관측 지점에 도착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 7월 12일 지난 6개월 동안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우주 컬러 사진 5가지를 세상에 공개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은 첫 컬러 영상을 발표한지 1주일 만에 우주 관측 사상 가장 오래된 은하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추가 관측을 통해 확증되면 최고(最古) 은하 기록이 1억년 더 앞당겨진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보내온 관측 사진들은 이전에 본 적 없던 먼 우주의 모습까지 담고 있어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우주의 역사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백질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가 2억 개 이상의 단백질 구조를 업데이트했다. 이로써 지금까지 알려진 거의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 알파폴드는 구글 인공지능(AI) 자회사 딥마인트가 개발한 단백질 3D 구조 예측 프로그램이다.
2020년 처음 공개된 이후 진화를 거듭해 왔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 중 하나다. 단백질은 구조에 따라 기능이 결정되므로 그 형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정 단백질의 구조를 정확히 알 수 있게 된다면 단백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추론할 수 있다.
◇세계로 퍼져나가는 엠폭스와 부활한 달 탐사
네이처는 M두창의 확산도 올해 중요한 과학 뉴스로 꼽았다. ‘원숭이두창’으로 알려졌던 감염병 M두창이점점 확산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에 국한된 병이었지만 올해 5월부터 유럽, 미국, 캐나다 등 많은 국가에서 감염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M두창의 치명률은 1~10% 정도이다. 치명률은 감염된 이들 중에서 사망에 이른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현재 확산하고 있는 증상은 경미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지만 7월 23일 세계 전역에서 엠폭스 감염자가 1만8000명에 이르자 WHO는 ‘국제적으로 우려되는 공중보건상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미국이 50년만에 재개한 달 유인탐사 열풍도 올해 과학 뉴스로 꼽혔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고 1972년 아폴로 17호를 마지막으로 달 탐사가 끝난 이후 50년 만에 다시 달 탐사의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달 탐사의 문을 처음 연 것은 한국이 개발한 달 탐사선 ‘다누리호’다. 지난 8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다누리호는 약 4개월 반의 비행 끝에 17일 새벽 달 궤도에 진입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에서도 달 주변 궤도를 비행할 우주발사체 ‘아르테미스1호’를 발사했고 임무를 수행한 후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일본의 민간기업 아이스페이스가 개발한 하쿠토-R 착륙선도 올해 12월 발사된 뒤 달로 향하고 있다.
사상 최초로 기후변화 피해 배상 논의가 시작된 것도 주요 과학뉴스로 꼽혔다. 지난 11월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세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는 기후변화가 유발한 손실과 피해를 입은 저소득국가에게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 선진국이 어떻게 손해배상할지 논의가 시작됐다.
그에 앞서 10월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이 유발한 지구 온난화로 세계 경제가 입은 누적 피해가 5조~29조 달러에 이른다. 그런데 피해 규모는 저소득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평균 6.7% 하락, 선진국 평균 1.5% 하락으로 갈렸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저소득국가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기승부리는 오미크론 변종과 돼지 장기 이식 성공
코로나19가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 변이 중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 확산에 톡톡한 몫을 했다. 2021년 11월 남아프리카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 변종은 빠르게 세계로 퍼져나갔다. 오미크론은 이전 변종보다 면역 체계를 더 쉽게 뚫었고, 오미크론 앞에서 백신의 효과는 떨어졌다.
네이처는 오미크론 변종에 기반한 새로운 백신은 이전보다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평가했다.
1월 10일(현지시간)에는 미국에서 유전자 변형한 돼지 심장을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처음으로 성공했다. 미국 메릴랜드대 병원에서 진행된 8시간의 심장 이식 수술은 말기 심장병 환자인 57세 남성 데이비드 베넷에게 이루어졌다.
이식한 심장은 수술 3일 후부터 정상 기능했으며 급성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결과는 유전자 변형한 동물의 장기가 이종장기이식의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일으켰다.
◇룰라 다시 아마존 살릴까
네이처는 올해 세계 각국에서 지도자를 뽑는 선거 결과가 과학계에 미친 영향에도 주목했다. 브라질, 호주, 프랑스에서 이뤄진 선거 결과가 많은 과학자를 안심하게 했다. 전임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은 그간 개발을 통한 경제성장을 내세우며 아마존 열대우림 개간과 삼림 벌채를 허용해 환경파괴 우려를 키웠다.
올해 브라질 대선에서 당선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은 환경보호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로서 제 역할을 다시 수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 후보 마린 르펜을 누르고 승리했고 호주에서는 앤서니 알바네세 총리가 당선됐다. 두 지도자 모두 과학과 기후변화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과학계의 발전 향방이 정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 각국에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환경보호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은 올해도 괄목할 성과를 냈다. 12월 7일(현지시간)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엔 생물다양성 당사국 협약(COP15)’에서 세계 지도자들이 모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협정을 마무리하려 노력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일부 국가의 공약은 논의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자금조달을 둘러싼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이번 회의에서 각국 대표들은 2030년까지 종의 감소를 안정시킨다는 목표에 합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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