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흑두루미…AI에 쫓겨 한국-일본 사이서 거듭 피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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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도포를 입은 수도승을 떠올리게 하는 새가 있다.
이 흑두루미가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피난'을 거듭하고 있다.
흑두루미 80∼95%가 겨울을 보내는 세계 최대 월동지 이즈미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다.
일각에서는 AI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개입이 이뤄져 흑두루미가 터전을 옮기고, 이 과정에서 AI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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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방역 활동에 이동했을 수도…이 과정에서 AI 재확산"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검은색 도포를 입은 수도승을 떠올리게 하는 새가 있다.
붉은 정수리, 하얀 머리와 목에 온몸을 검은 깃털로 치장한 멸종위기종 흑두루미다.
몸길이는 100㎝ 정도로 두루미류 중에서는 작은 편이다.
전 세계에 1만5천∼1만8천 마리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되는 흑두루미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 취약(VU·Vulnerable) 등급으로 지정된 국제보호종이다.
한국에서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서 관리를 받고 있다.
주로 시베리아 동부 습지에서 번식하고 한국 순천만과 천수만, 일본 이즈미(出水) 등지에서 월동하는 겨울철새다.
이 흑두루미가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피난'을 거듭하고 있다.
흑두루미 80∼95%가 겨울을 보내는 세계 최대 월동지 이즈미에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퍼지면서다.
18일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순천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13일 사흘 동안 전국 주요 철새도래지 200곳에서 실시한 '겨울철 조류 동시 총조사(센서스)'에서 관찰된 흑두루미는 3천600여 마리였다. 이 중 3천400여 마리(95.8%)가 순천만에서 포착됐다.
그런데 같은 달 21일 기준으로는 순천만에서만 흑두루미 9천800여 마리가 관찰됐다.
열흘 남짓한 기간에 개체 수가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은 이즈미에서 확산해 1천여 마리를 폐사에 이르게 한 고병원성 AI를 피하기 위함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국도 AI 청정구역이 아니라는 거다.
지난 10월 10일 이후 현재까지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는 총 85건 검출됐다.
일각에서는 AI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개입이 이뤄져 흑두루미가 터전을 옮기고, 이 과정에서 AI가 다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조류학자는 "(AI에 걸려) 죽어가는 개체를 격리하려면 서식지에 인간이 들어가야 한다"라며 "이런 교란 활동이 많아지다 보면 결국 못 버티고 이동하게 되고, 이 와중에 (AI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9∼11일 있었던 센서스에서는 흑두루미가 전국에 6천737마리, 순천만에 4천437마리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간월호와 여자만에서도 1천55마리, 685마리씩 발견됐다.
흑두루미 개체 수 변동에 대해 순천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순천만에 집중됐다가 근방으로 퍼졌다가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벌교라든지 순천만 중에서도 별량은 모니터링에 잡히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 상황을 들어보니 여전히 남하해오는 개체도 관찰된다고 한다"면서 "이게 번식지에서 내려온 건지 한국으로 갔다가 다시 건너온 건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3천 마리 정도는 다시 일본으로 내려가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흑두루미가 월동지에 도착한 뒤에는 좀처럼 거처를 옮기지 않지만, 한파가 닥치거나 먹이가 고갈되는 등 사정이 생기면 이사를 떠났다가 돌아오곤 했다고 설명한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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